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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의 뇌

남해안에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멍게 수확이 한창이다. 멍게는 묘한 생물이다. 시인 성윤경의 세 번째 시집 ‘멍게’에 ‘멍게’란 시에서 잘 나타나 있다. 시 첫 머리에 ‘멍게는 다 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버린다’(이하 생략). 멍게의 유충에는 묘하게 뇌가 있다. 어린 멍게는 원시적인 척수와 신경절 다발이 있어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움직인다. 하지만 성충이 되어 바위에 붙어 고착 생활을 하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뇌를 소화시켜 없애 버린다. 말미잘과 해파리처럼 촉수에 걸리는 먹이만 먹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람도 멍게의 유충처럼 생존을 위해 부지런히 생활터전을 찾아 나선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세파에 부대끼며 경쟁적인 삶을 살아간다. 정치인도 똑같다. 금배지 달려고 온갖 비겁한 짓까지 하던 사람이 그 꿈을 이루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올챙이 때 행적을 잊는다. 떠올리기도 싫은 아픈 과거라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일 없듯이 멍게처럼 뇌까지 없애며 남이야 죽든 말든 관심도 없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게 과연 옳은 삶일까.

 

정치적으로 무뇌상태인 사람도 있다. 분석과 판단의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 습관이나 고집만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멍게처럼 고착생활을 하다 보면 조건반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독재자처럼 독선과 아집만 부리는 경우도 있다. 중대한 문제가 생길 때 정보를 분석하여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도 멍게처럼 독선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자연히 불행이 싹틀 수밖에 없다. 세상 사는 데는 순리를 거역하면 안 된다. 상식으로 사는 게 옳다. 상식은 건강한 삶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서 성공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일시에 단절시키는 경우도 목격된다. 인터넷 시대에 여론의 바다를 헤엄치며 멍게의 유충처럼 생존을 위해 살다가도 생활이 안정되고 기회가 주어지면 딴전을 피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우리는 뇌를 더 건전한 쪽으로 써서 공동체의 안녕을 구가해 나가야 한다.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 리더 그룹들은 독선의 폐해를 경계하며 일신의 안위만을 구하려는 이기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멍게가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 없앤 후 촉수에 걸리는 먹이만 안일하게 먹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뇌를 발전적으로 썼으면 한다. 그래야 세상도 발전하고 자신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멍게처럼 뇌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봐라. 그 삶이 어떤가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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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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