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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곡우 - 대지는 촉촉…볍씨 싹 틔우기 분주

▲ 못자리하는 농민들. 전북일보 자료사진

곡우는 양력 4월 20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여섯 번째 절기다. 이 때는 태양의 황경(黃經)이 30°로서 나무와 풀이 자라는데 필요한 봄비가 촉촉이 내려, 산과 들판의 모든 초목에 푸른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곡우는 봄철 여섯 절기 중 마지막 절기다.

 

우리 조상들은 곡우 때 비가 오지 않으면, 그해 농사는 흉년이 든다고 했다. ‘곡우 때 가뭄이 오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 말도 이 때문에 생겨났다. 또한, 곡우 때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고도 했다.

 

곡우가 되면 농사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촉촉이 내린 봄비로 대지가 말랑말랑해져서 고구마 싹을 틔우고 여러 가지 봄 채소 씨 뿌리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수리시설이 미비하여 곡우 무렵에 내린 빗물로 못자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비 오기만 기다렸다.

 

곡우 무렵이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하여 볍씨를 담갔는데, 여러 가지 풍속과 금기사항이 많았다.

 

볍씨를 담가 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었다. 상가(喪家)에 가거나 부정(不淨)한 것을 본 사람은 사립문 밖에 불을 놓고, 그 위를 넘어가게 하여 악귀를 몰아내거나 소금을 뿌린 다음에 집 안에 들였다. 집안에서도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고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사시(巳時)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간다고 하여 그 시간을 피했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또한, 금기사항으로 이날 부부가 잠자리를 같이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기도 했다. 그리고 볍씨를 담글 때 방아를 찧으면 쌀눈이 깨지는 소리에 볍씨가 놀라, 싹을 틔우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어 방아를 찧지 않았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이 무렵에 볍씨를 내어주며 못자리를 하기 위해 죄인도 잡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이 농사의 신인 신농씨(神農氏)·후직씨(后稷氏)에게 제사를 올리는 선농대제를 지냈다. 선농단(先農壇)에서 임금이 이들 농신(農神)에게 제사를 올린 뒤, 친히 쟁기질을 하며 선농의식 행사를 하였다. 선농대제는 1910년 경술국치 후 중단되었다가, 1979년 부활 되었으며, 1992년부터 당국에서 매년 4월 30일 ‘선농대제 축제’를 동대문구 제기동 선농단에서 시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농사 위주로 선조들이 행했던 풍속과 농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곡우 때는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로, 이 물을 마시면 좋다고 하여 산 다래·고로쇠나무·자작나무·박달나무 등에 상처를 내어 수액을 받아 마셨다. 요즈음도 곡우 날을 전후해서 깊은 산골에서 약수제가 열린다.

 

곡우 때는 목화씨를 심는 적기다, 고려 공민왕 때 문익점(1329~1398) 선생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취하여 경남 함양에 시배(始培)하므로, 헐벗은 국민들에게 의류문명을 개혁한 공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사상에는 필수요, 서해의 고기 중에 왕으로 여기는 것이 조기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하여 충남의 격렬비열도 까지 올라온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라 한다, 알이 많이 들어있고 맛이 좋다, 그래서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

 

예나 지금이나 농가에서는 곡우 무렵은 아주 중요한 때다. 볍씨, 목화씨, 고구마 등, 각종 채소 씨들의 싹을 틔우는 농부의 일손이 바쁘다. 산에서는 나무 수액을, 바다에서는 알이 꽉 찬 조기를 섭취하므로 인간 삶이 희망적이며 즐거운 절기다.

 

본격적인 농사일과 여러 가지 풍속들로 의미 있는 절기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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