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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소설] 겨울 시작…김장으로 양식 마련

소설(小雪)은 양력 11월 22일 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스무 번째 절기다.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어 있으며 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240°일 때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히 내리쬐어 소설절기인 음력 10월을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문자 그대로 작은 봄이라는 뜻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기간에 봄날처럼 따뜻한 날씨가 한 동안 이어지므로 이런 말이 생겼다. 그러나 전통적인 소춘 날씨와 달리 요즈음 기후 변화와 기상 이변이 심해, 세시 풍속이나 절기에 관한 속설이 무색해 보인다.

 

△겨울 전 봄날같이 훈훈한 시기

 

세시기에 따르면 소설 입기 일로부터 대설 절기까지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다. 초 후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 후에는 천기(天氣)가 올라가고 지기(地氣)가 내리며, 말 후에는 천지가 얼어붙어 겨울이 된다고 하였다.

 

옛 문헌에는 소설이 들어 있는 음력 10월경에 상달 고사를 지냈다고 했다. 그해 추수한 햇곡식과 과일로 제사상을 차려 놓고 한해 농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대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행사다. 상(上)달이라는 말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달이란 뜻으로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상달고사의 전통은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등 추수감사의 의미를 내포하는 제천으로 이어졌다. 그 뒤 고려 때 팔관회(八關會)를 거쳐, 조선시대에는 민가에서 고사 혹은 안택으로 전승됐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11월 셋째 일요일은, 교회를 중심으로 추수감사절을 지낸다.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목요일로 하여 금요일을 휴무로 해 나흘간 쉬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에서는 10월 둘째 월요일에 지낸다고 한다. 어느 나라나 추수감사절을 챙기는 풍속은 비슷하다.

 

△ 추수한 햇곡식으로 상달 고사 지내

 

이맘때의 세시 풍속을 살펴보면, 민간에서는 무당을 데려다가 집을 보호해주는 성주신을 맞이해, 떡과 과일을 차려놓고 집안의 평안을 빌었었다. 또한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다.

 

소설 무렵에는 손돌풍(孫乭風)이라는 강한 바람이 분다. 고려 때 왕이 몽고군의 침입으로 배를 타고 강화도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 배가 흔들리자 왕은 뱃사공 손돌이 운항을 잘 못했다고 참살했다. 그날이 음력 10월 20일 이 여울목을 ‘손돌목’이라 하고 그 무렵에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했다. 손돌은 강화·인천지방을 중심으로 전승 되어온 ‘손돌설화’의 주인공인 남성 풍신(風神)이다.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김포지역에서는 매년 손돌제(祭)를 올리고 뱃길을 금했다.

 

△겨울양식 준비하는 김장 마무리 철

 

옛날 의류문명이 미개한 때 목화는 우리 인간에게 유익한 꽃이다. 목화는 두 번 꽃을 피운다, 여름철에 꽃을 피웠다가 가을에 접어들면 꽃이 피었던 자리에 다시 하얀 솜꽃을 피어낸다. 볕은 좋고 따뜻했던 시절의 온기를 가득 머금고 다시 피어나는 이 꽃은 춥고 배고픈 이들에게, 한없이 따사로움을 주어 꽃 중의 꽃 목화가 제일이라는 속담이 생겨나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 절기에는 무, 배추로 김장을 마무리 하는 철이다. 천지가 잠들고 생명이 얼어붙는 겨울철, 김치는 긴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이었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은 강한 바람이 불고, 땅이 얼어붙어 비로소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절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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