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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신록, 파리에 풀어놓다

류재현 작가, 프랑스 필립 즐로 갤러리서 개인전

▲ 류재현 作

태양이 동남쪽에 올랐다 서쪽으로 기울 무렵 나뭇잎에는 비스듬이 빛이 내린다. 역광을 받은 잎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반짝거리는 이 순간은 수많은 붓질로 화폭에서 완성된다. 키 작은 풀의 일렁임까지 모필로 하나하나 화면을 채우면 어느새 녹음 짙은 숲길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록의 아름다움과 평온을 전하는 류재현 작가(53)가 프랑스 파리에 전북의 자연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류 작가는 21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필립 즐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숲의 정신이 내게 스며들 때’라는 주제어로 ‘길’연작 14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지난 2012년 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레지던스 ‘시테 인터내셔널 데 자르(cite international des art)’에 참여해 현지에서 맺은 인연으로 이뤄졌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더욱 풍성해진 색으로 봄과 초여름뿐 아니라 가을까지 불러들였다. 노랗고 붉은 잎사귀가 초록색을 대신하고 갈대가 흔들린다.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붓을 거의 놓고 도내 산 곳곳을 다니며 소재를 찾았다”며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깨달았고 색의 다양성으로 이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그가 천착한 소재는 지난 30여년간 ‘길’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죽음과 생명의 본질을 담으며 어두웠던 길이었다. 교직에 몸담으며 연간 5점 가량을 그룹전시에 출품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45살에 아트페어의 부스를 통해 맞은 첫 개인전을 기점으로 빛이 감도는 푸른 숲길에 들어섰다.

 

흰 바탕의 캔버스에 검정을 칠하고 숲 속의 밝은 부분들을 가느다란 모필로 생명을 칠하고 또 칠하는 반복적인 과정에서 그는 사유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숲에서 받은 고요한 감명을 관람객에서 전하고 있다.

 

필립 즐로 관장은 “5월의 끝자락은 류 작가의 그림 속 빛깔, 그 중에서도 특히 초록과 잘 어울리는 가장 완벽한 순간이다”며 “유화이면서도 그 기저에 한국 전통 서화의 특징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신록의 자연을 관조하는 것은 우리가 삶의 지혜와 진실을 되찾도록 해주는 실질적인 방법이다”며 “소란스럽고 겉치레뿐인 우리네 시간과 공간 속에서 평온함으로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류재현 작가는 전북대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뒤 지난 2012년 2월까지 미술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완주 구이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파리에 있는 89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오는 10월 서울 전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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