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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소통] 인조잔디 운동장 논란

'놀 터'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친환경 운동장을

▲ 한국산업표준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성 물질이 검출돼 사용이 중지된 전북지역 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어린이가 마음껏 놀아야 대한민국이 행복해집니다.”

 

지난 4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에게는 놀 권리가 있고 자유롭게 놀거나 쉴 수 있도록 놀 터와 놀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어린이 놀이헌장 선포식’을 개최했다.

 

정부도 10년 안에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인 어린이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를 평균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고, 그 안에 ‘놀 권리’를 명시했다.

 

그러나 ‘놀 터’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있다.

 

벌써 석 달째 도내 5개 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한국산업표준(KS)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인조잔디 운동장은 학교 환경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시·도교육청과 자치단체가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여 전국 1,580개 학교에 설치했다. 그러나 조성 당시부터 인조잔디의 안전성 논란이 반복되었다. 인조잔디를 구성하는 파일이나 고무칩의 일부는 재생고무를 사용하고 있어 중금속 오염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전국 학교의 인조잔디 유해성 조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다. 전북지역은 인조잔디가 조성된 총 64개교 중 43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40개교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 장수초, 고창초, 전주공고, 전주남초의 5개교에서는 납과 카드뮴, 다환방향성탄화수소 등이 허용기준치를 훨씬 초과하여 학생들의 건강 위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기준치를 초과한 5개교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사용금지 안내판만 운동장을 지키고 있다.

 

“인조잔디를 유치한 시·도의원이나 지역 인사들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시의원들이 중앙정부에서 예산이 내려오면 유해성 점검 없이 무조건 받아 자기 지역구로 가져가 예산확보 치적으로 사용하거든요.”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조잔디 운동장이 계속 늘어난 이유에 대해 오현숙 전 전주시의원은 이렇게 지적했다.

 

그렇다면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발생하는 유해성 물질이 KS 기준치 이하면 괜찮을까?

▲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3일 전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유해물질 검출 문제와 관련, 도내 인조잔디 운동장 전수조사와 학생 건강조사를 포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KS 기준치는 건강안전 기준이 아니다. 기준치 이하라 할지라도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학생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 기준은 환경마크 기준으로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체육시설 인조잔디의 경우 국내에서는 KS 기준과 환경마크 기준이 있다. KS 기준은 인조잔디의 내구성 등 품질기준과 부수적으로 유해물질 품질기준을 갖고 있으며, 환경마크 기준은 제조과정에서 화학물질 사용, 사용단계에서의 유해물질 배출관련 기준, 제품 폐기단계의 기준이 적용된다.

 

2014년 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고창초등학교 인조잔디 분석결과 유해물질이 KS기준치 이하였지만 충전재, 잔디파일, 백코팅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생식독성, 면역독성등을 일으키는 프탈레이트가 함유되어있어 건강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은 유해성 외에도 화상 및 부상 위험이 크다. 2014년 7월 전북녹색연합이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의 온도를 조사한 결과 51.8도를 기록하여, 같은 시간대 아스팔트 도로 온도 52.4도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바 있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경우 대부분 축구장으로만 이용하고 있어 학생들이 다양한 놀이활동을 하는데 제약을 주며, 지속적인 보수와 교체 등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조잔디를 철거하고 친환경적인 천연잔디나 마사토 운동장으로 교체하면 된다.

 

전북도교육청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준치를 초과한 5개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해 6월부터 개보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64개교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을 철거하고 친환경적인 천연잔디 또는 마사토 운동장으로 연차적으로 교체한다고 덧붙였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낡은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중금속 수치가 높게 나왔기 때문에 내구연한이 가까운 인조잔디 운동장부터 철거해야 하고, 납 함유량이 평균치보다 높은 학교는 우선적으로 마사토로 교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제도적인 관리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에는 대학 인조잔디 운동장과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체련공원 및 공설운동장, 사설 축구장이 산재해 있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인조잔디 설치 시 시험성적서가 있고, 정기적으로 브러싱과 이물질 제거를 하고 있어 따로 유해성 조사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인조잔디가 마모되는 시점에서 유해성조사를 통해 교체여부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난이 전주시의원은 “우선 지자체의 전수조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후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설관리 조례에 인조잔디 운동장의 안전진단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인조잔디 운동장 설치는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지역사회 구성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인조잔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학교운동장의 모습을 제시하여, 그 속에서 학교가 학생·학부모·교직원·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운동장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또래와 함께 놀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규칙을 만들고, 협력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놀이 자체로 훌륭한 학습이 된다. 아이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운동장이 바람직하다. 자연을 꿈꾸는 학교숲과 연계한 운동장도 괜찮을 것이다.

▲ 한은주 전북환경운동연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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