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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삶

‘우리의 일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여행을 하기도 하며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살아간다. 때로는 고독이나 침묵 혹은 비밀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들, 이 모든 존재 양태들은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표면적인 목적으로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들을 분석해보면 일상생활로부터 삶의 결 자체로 넘어가는, 나아가 예술작품에까지 다다르게 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오솔길이 드러난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장 그르니에(1898~1971)는 산문집 ‘일상적인 삶’에서 ‘일상’을 이렇게 규정한다.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 <일상적인 삶> 과 같은 산문집으로 수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언어로 담백하고 깔끔하게 써내려가는 문장이 주는 철학적 깨달음의 무게는 그만큼 깊다.

 

독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거나 일깨우는 그의 산문집 중에서도 이즈음 특별한 의미로 와 닿게 되는 책이 있다. 그가 느끼는 일상을 특별한 감성으로 써낸 <일상적인 삶> 이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열두 편의 에세이는 너무 익숙해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준다.

 

소통에 대한 해석이 거기 있다. ‘모든 소통은 흔히 ’인격 ‘이라 부르는 것들을 전제한다. 그게 아니라면 거기에는 병렬이나 얽힘, 혹은 상호침투는 있을지언정 결코 주고받음은 없을 것이다. 이 주고 받음은 결국 한 인격을 다른 인격 속으로 이동시켜서 그 인격을 자신이 아니라 타자 속에서 살게 된다.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누리며 행하는 일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일은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사실 돌아보면 장 그르니에가 이야기한 것 말고도 수많은 행위와 존재가 우리의 일상으로 호흡하고 있다. 일상의 존재란 그만큼 거대한 것이다.

 

호흡기감염증인 메르스가 그 거대한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놓고 있다. 병원 안 감염에서 지역사회까지 파고든 메르스의 빠른 감염 속도 탓이다. 메르스 감염 초기의 대응 미숙으로 일상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은 버겁다. ‘일상적인 삶’의 귀환이 그만큼 절박해졌다. 함께 나서야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가 낯선 일상으로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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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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