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의 스승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섬> <카뮈를 추억하며> <어느 개의 죽음> <일상적인 삶> 과 같은 산문집으로 수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언어로 담백하고 깔끔하게 써내려가는 문장이 주는 철학적 깨달음의 무게는 그만큼 깊다. 일상적인> 어느> 카뮈를> 섬>
독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거나 일깨우는 그의 산문집 중에서도 이즈음 특별한 의미로 와 닿게 되는 책이 있다. 그가 느끼는 일상을 특별한 감성으로 써낸 <일상적인 삶> 이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열두 편의 에세이는 너무 익숙해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의미를 새롭게 일깨워준다. 일상적인>
소통에 대한 해석이 거기 있다. ‘모든 소통은 흔히 ’인격 ‘이라 부르는 것들을 전제한다. 그게 아니라면 거기에는 병렬이나 얽힘, 혹은 상호침투는 있을지언정 결코 주고받음은 없을 것이다. 이 주고 받음은 결국 한 인격을 다른 인격 속으로 이동시켜서 그 인격을 자신이 아니라 타자 속에서 살게 된다. 사람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누리며 행하는 일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되는 일은 작가가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사실 돌아보면 장 그르니에가 이야기한 것 말고도 수많은 행위와 존재가 우리의 일상으로 호흡하고 있다. 일상의 존재란 그만큼 거대한 것이다.
호흡기감염증인 메르스가 그 거대한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놓고 있다. 병원 안 감염에서 지역사회까지 파고든 메르스의 빠른 감염 속도 탓이다. 메르스 감염 초기의 대응 미숙으로 일상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은 버겁다. ‘일상적인 삶’의 귀환이 그만큼 절박해졌다. 함께 나서야만 극복할 수 있는 위기가 낯선 일상으로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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