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무대 전환·빠른 전개 평가 엇갈려…단원 합창은 호평
호남 의병장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창극이 ‘절반의 실패’를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전북도립국악단은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제48회 정기공연 ‘천둥소리’를 무대 위에 올렸다. 극에서는 한말 호남지역에서 활약한 의병장 이석용이 의병을 일으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다가 일제에 잡혀 사형 당하기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연출을 맡은 오진욱 씨는 기획의도에서 “임실 출신의 이석용은 전북을 대표하는 의병장으로 오래전부터 지역 공연계에서 ‘재조명되어야 할 사람’으로 회자되고 있던 인물이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창극에서는 주인공 이석용의 모습은 부각되지 못했다. 극 중반까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보다 일본 경찰서장의 첩 노릇을 하며 정보를 빼내 의병에게 소식을 전하는 두 기생의 이야기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이석용이 의병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고뇌와 심리도 극의 후반부 2막 14장 ‘옥중가’를 제외하고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연출자가 기획의도에서 밝힌 “이석용이라는 인물이 처한 상황마다 어떤 고뇌를 했을지 최대한 따라가 보도록 노력하겠다” 고 밝힌 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극의 연결고리도 아쉬웠다. 극 후반부에선 이석용이 정동석이라는 인물의 밀고로 체포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극 초반과 중반까지 정동석이라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았다. 해당장면에서는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났다는 내용은 나왔지만, 기존에 주인공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또 잦은 무대 전환과 빠른 전개로 관객들의 평까지 엇갈렸다. 여고생 A양은 “내용을 질질 끌지 않고 속도감이 있어 좋았다” 고 했지만 B씨는 “스케일은 웅장하지만 정신없었다”고 말했다.
국악인 C씨는 “주인공이 중심이 되고 나머지 인물들이 뒷받침하는 역할로 극이 전개됐어야 했지만,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다 보니 서사구조가 빈약했다” 고 말했다.
소리부분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새로운 시도가 넘쳐나는 한편 질 좋은 원석을 가공하다 만 느낌이라는 게 국악인들의 비유다. 국악인 D씨는 ”판소리 구음(합창)에 코러스 계음을 넣어 현대적 창법을 선보인 것은 신선했지만 너무 합창에만 의존한 것 같다“ 고 했다. 그는 “장면과 장면을 이어주는 브릿지 장면에서는 합창보단 등장인물의 창을 선보이는 게 망국의 한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호평도 따랐다. 웅장함을 드러내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롤로그와 의병이 결의를 하는 장면에서 합창을 배치한 것은 적절했다는 게 국악인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악인들은 “창극단원들의 개인 역량이 잘 모아졌다”고 평가했다.
도립국악원 관계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분에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현재 ‘어매아리랑’이 회를 거듭하면서 나아진 것처럼 천둥소리도 보완해서 완성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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