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다목적댐…농업용수·전력 공급에 홍수 조절도
1929년 11월 운암제 준공이후 섬진강 물은 동진강 유역으로 이어져 호남평야를 비옥하게 했다. <조선농회보> (1930)에는 수자원 확보 이후 김제와 부안, 정읍지역 쌀 생산량이 50여 만석 늘어났다고 기록됐다. 운암제 축조를 주도한 동진수리조합은 관개용수로 활용하고 남는 수자원으로 전력생산을 위해 1931년 10월 정읍시 산외면 운정리에 운암발전소를 준공한다. 그러나 일제의 대륙침략전쟁으로 식량과 군수물자가 부족해지자 미곡증산과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수자원과 전력이 더 필요해졌다.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 건설이 시작된 이유다. 조선농회보>
△전쟁 겪으며 두차례 공사 중단
섬진강다목적댐은 남선수력회사와 조선농업개발영단이 1940년 4월 운암제 하류 약 2㎞ 지점,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를 잇는 곳에 착공됐다. 댐 높이는 64m, 길이는 335m로 콘크리트 중력식(重力式)으로 지어졌다. 댐 수위는 운암제(166m)보다 30여m 높아진 200여m로 설계됐다. 댐과 연계해 전력생산을 위한 칠보발전소 공사도 같은해 9월 시작됐다.
댐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지던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물자난을 겪게 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해방 후인 1948년 조선전업주식회사가 댐 건설을 재개했는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다시 중단됐다.
섬진강댐의 세 번째 착공이 이뤄진 것은 1961년 8월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사업에 포함되면서다. 건설부 주관으로 한국전력이 칠보발전소 건설과 함께 댐 건설을 맡았는데, 당시 19억4000여 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 다목적댐 효시…칠보발전소로 연결
섬진강댐은 착공된 지 25년만인 1965년 12월 완공됐다. 그해 12월 20일 열린 준공식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했다. 건설공사 당시 참의원과 재야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견학도 잇따랐다.
섬진강댐은 농업용수 등 각종 용수(用水) 공급과 수력발전, 홍수조절 등 여러 목적을 위해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이다. 두 차례 공사 중단을 겪으며 만수위가 애초 설계보다 5m가량 낮아져 196.5m로 조정됐다. 총 저수용량은 4억6600만㎥로 운암제의 7배 가량 늘어났다.
댐이 가둔 섬진강물은 도수터널을 통해 칠보발전소(섬진강수력발전소)를 거쳐 동진강 유역으로 이어졌다. 섬진강댐 건설로 물을 댈 수 있게 된 몽리(蒙利)지역도 동진수리조합이 관할했던 180㎢뿐 아니라 계화도 간척지 등을 포함해 모두 280㎢로 늘어났다.
섬진강댐 건설로 수몰지역은 더욱 확대됐다. <섬진강댐 20년사> 에 따르면 임실군 운암면과 강진면, 신평면, 신덕면과 정읍시 산내면 등 5개 면의 24개 마을(里의) 93㎢가 수몰됐고, 2786세대 1만9851명의 이주민이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수몰지역 주민들을 부안의 계화도와 경기도 반월로 이주하도록 했지만 이주지 조성이 제때 되지 않아 상당수의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섬진강댐>
섬진강댐이 건설되면서 운암제는 물에 잠겼고, 현재의 옥정호가 만들어졌다.
△ 계화도에 방조제 쌓아 농지 조성
섬진강댐 건설은 전북지역 서해안 지도도 바꿨다. 수자원이 풍부해지자 동진강 하구에 대규모 농경지조성을 위한 ‘동진강수리 간척사업’이 착수됐다. 섬진강댐 수몰민을 이주시킬 목적도 있었다.
간척은 부안군 동진면 안성리와 부안군 행안면 계화도, 그리고 계화도와 부안군 하서면 의복리 순지마을(현 계화면 의복리)을 연결하는 2개의 방조제를 쌓아 땅을 만들었다. 이 사업은 1963년 착공해 1979년 완공됐는데, 당시 우리나라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불리던 ‘계화도 간척사업’이다.
정부는 새롭게 조성된 40여㎢의 농경지에 섬진강댐 수몰민들이 우선 정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간척지 수자원확보를 위해 부안군 하서면에 인공호수인 청호저수지도 만들어졌다. 이 저수지의 물이 섬진강수력발전소에서 동진강 도수로를 통해 흘려보낸 옥정호의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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