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상인 불친절 / 카드 결제기 먹통
침체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 소상공인 유관 기관 등이 각종 시장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차원의 자구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설 위생 불량, 비좁은 통행로 등 전통시장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존재를 위협요소로 꼽으면서도, 정작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거나 장점을 흡수하려는 데에는 아직까지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사소하지만 꾸준히 제기되는 전통시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2011년 (사)중소기업혁신전략연구원은 전북도에 보고한 ‘전북 전통시장 활성화 기반조사 최종보고서’를 통해 “도내 전통시장 대부분이 상품 신뢰도나 품질, 위생 등 상당한 요소에서 소비자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식 시설과 깍듯한 고객서비스로 무장한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도처에 들어서며 전통시장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연구원이 지적한 전통시장의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일과 13일 찾은 전주지역 3개 전통시장(남부시장·신중앙시장·모래내시장)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지난 6일 전주 남부시장 내에 마련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악취의 근원은 바닥에 흩어진 배설물. 곧바로 청소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전통시장을 찾는 방문객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었다.
전주시청 게시판에는 “남부시장 화장실이 새로 고쳐졌지만 청소가 제대로 안돼 냄새가 너무 심하다”는 민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화장실 앞에 쓰레기를 놓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무색하게도 바로 앞에 각종 쓰레기봉투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남부시장 청년몰로 이어지는 입구 쪽에 위치한 화장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전주 신중앙시장 화장실에서는 남자화장실 전등 고장과 장애인전용화장실 자동문 작동 불량이 발견됐고, 공용화장실이 상인연합회 건물에 위치한 모래내시장은 화장실 자체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손님과 상인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같은 날 전주 신중앙시장 뒤편에 설치된 시장 주차장에는 몇 개의 카트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손님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는 손잡이에 표시된 상인회 연락처로 문의해 쇠사슬과 자물쇠를 푸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였다.
또한 13일 둘러본 전주지역 전통시장에서는 적지 않은 상인들이 상품 가격이나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채 물건을 진열하고 있었다. 일부 상인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제공한 원산지표시판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일부 상인들의 불친절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카드 사용 역시 여의치 않았다. 카드 단말기를 갖추지 않은 곳도 있었고 “기기가 고장 나서 결제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상인도 있었다.
지난 2011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전통시장 상인회 300곳,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통시장 소비자들은 주차장(24.6%)에 이어 카드거래(10.7%)와 환불·교환(9.8%)을 불만사항으로 꼽았다.
주차 문제는 그동안 추진된 시설현대화 사업에 따라 구색을 맞췄지만 대형마트가 내세우는 고객 서비스와 구매 편의성은 아직까지도 전통시장이 따라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전통시장 곳곳에서 노후 전기배선이 외부로 그대로 노출돼 화재 발생 우려가 컸고, 시장 자체적으로 그어둔 진열선을 무시하고 상인들이 길가에 물건을 쌓아두면서 통행의 불편을 초래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 대부분은 자금지원이나 시설 개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때문에 전통시장 애용만을 외치는 대답없는 메아리보다 상인들 스스로 의식 개선 등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 다시 찾는 전통시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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