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0 03:12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보건·의료
일반기사

초고령사회 문턱, 노인위한 '전북'이 없다 ④ 불안전한 생활환경

도내 노인인구 14.8% 학대 받은 경험 / 남원 등 7개 시·군엔 실버존 아예 없어

현재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국가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고령친화도시, 주거형태 다양화 등 안전하고 불편함 없는 노인친화적인 지역사회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인 보호 형태가 양로원 등 시설 중심의 보호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초고령 사회 문턱에 들어선 전북 지역의 노인 정책도 노인들이 지역에서 불편함 없이 계속 거주하기 위한 생활환경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전북지역에서 노인들이 마주한 현실은 ‘안전한 생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매해 노인들의 안전사고와 학대는 늘고 있으며, 노인 자살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지만, 지역사회에 노인 친화적인 생활환경이 충분히 조성돼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갈 곳 없는 노인, 학대에 멍든다

 

전북지역의 노인 학대 실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내놓은 ‘2014년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14.8%가 노인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16개 자치단체 중 부산(2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면서 이용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요양시설에서의 학대는 매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건수는 지난 2005년 2038건에서 2013년 352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대 발생장소를 살펴보면, 가정 내에서의 학대는 92.9%에서 83.1%로 감소한 반면 시설에서의 학대는 2.5%에서 8.3%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활시설에서의 노인학대(7.1%)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 시행으로 인한 요양시설의 증가가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학대 피해노인의 인지적 특성을 살펴보면, 치매가 없는 일반노인에 대한 학대는 1834건에서 2689건으로 1.5배 가량 증가한 반면, 치매노인의 경우 204건에서 831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 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인 임금근로자의 5명중 1명(21.7%)이 업무배분, 임금 및 수당의 측면에서 연령으로 인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안전사고 증가…보호시스템 ‘구멍’

 

노인의 안전사고 사망 및 생활 안전사고 발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노인안전사고 사망자는 지난 2008년 1만938명에서 2012년 1만2293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안전사고의 사망 원인으로 자살(30.2%)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운수사고(17.2%), 추락사고(8.0%) 순을 기록했다.

 

노인 운전면허 소지자가 증가하면서 노인 교통사고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2000~2013년) 노인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3375건에서 1만7590건으로 증가했으며, 노인 음주운전자의 교통사고 또한 165건에서 831건으로 5배 가량 늘었다. 특히,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사망자 발생확률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노인안전 정책은 다른 취약계층에 비해 사회적 관심과 추진기반이 미비하다.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정책을 살펴보면 지난해 6월 기준 노인보호구역은 678개인 반면, 어린이 보호구역은 1만5752개로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전북지역 실버존은 2008년 5개소, 2009년 5개소, 2010년 2개소, 2011년 5개소, 2012년 2개소 등 모두 19곳이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2년을 끝으로 이후에 지정된 실버존은 전무한 실정이다. 남원과 완주·진안·장수·임실·고창·부안 등 7개 지역은 아예 실버존 자체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국가와 자치단체가 예산을 1:1로 공동 부담해 설치하고 있으나, 노인보호구역은 전액 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북, 노인친화도시로 거듭나야”

 

초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한 일본·독일 등은 노인들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노년을 지역사회에서 보내는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최우선 모토로 한다. 노인들에게 안정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령친화도시 개념은 지난 2002년 스페인 마드리드 노인 강령에서 처음 제시됐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해 ‘WHO 국제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미국 뉴욕시가 2010년 최초로 회원도시 가입 인증서를 받았으며 2015년 10월 현재 33개국 287개 도시가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가 유일하게 가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느린 서울시가 고령친화도시를 만드는 데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 ‘2020 고령사회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관련 조례를 제정, 학계·전문가·법조인·의료인 등으로 구성된 고령친화도시 추진위원회를 꾸려 ‘서울어르신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2013년 6월 제1기 실행계획을 제출하고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국내 최초이자 세계 139번째 회원 도시로 가입했다.

 

김신열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친화도시가 조성되면 노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청년, 중년 등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서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령친화도시 조성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며, 전북지역 자치단체들도 정책 최우선 순위에 이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고] 노인 여가정책은 사회투자

▲ 이중섭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전북연구원이 2012년도에 실시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지역 노인의 51.6%는 생활상의 가장 어려운 문제로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노인복지정책이 건강한 노인을 위한 예방적 여가보다는 병약한 노인의 사후적 요양이나 돌봄에 집중되어 있어 노인이 요구하는 정책의 수요와는 온도차가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체계적인 요양보호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요양은 지역사회내에서 노인들을 적절하게 돌보지 못할 만큼의 심각한 질병이나 와상 상태에 진입했을 때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마지막 노후 안전망이다. 가능하다면 질병이 발병되기 이전, 그리고 중중의 와상으로 진입하기 이전에 노인에게 다양한 여가프로그램과 건강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질병과 돌봄의 사후적 조치이전에 건강을 유지시키는 예방적 조치를 강화할 경우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노인으로 진입하는 60세부터 다양한 건강 및 여가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다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요양원에 입소하지 않고서도 지역사회 내에서 활기찬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노인에게 여가정책이 풍요로운 문화향유의 차원을 뛰어넘어 건강한 노후생활 지원을 통한 포괄적인 사회투자로 인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인여가서비스의 주된 전달체계인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이 노인의 다양한 여가와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노인복지관은 협소한 공간과 부족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노인의 이용률이 높지 않은 편이고 경로당은 설치된 개수 만큼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전라북도에 6000개가 넘는 경로당이 설치되어 있지만 정기적으로 건강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는 곳은 전체 경로당의 10%가 되지 않는다.

 

노인여가정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가서비스의 주요 전달체계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운영체계를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로당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의 특성과 연령의 구조에 따라 운영방식을 특화해야 한다. 복지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지역은 거점경로당을 설치해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으로 단순화되어 있는 여가복지의 전달체계를 다원화해 노인의 다양한 여가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거점경로당을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혈당체크, 보건소의 간이치매검사 등의 다양한 예방적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체 노인의 16.4%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노인복지관도 노인만이 이용하는 단종복지관으로서의 기능에서 탈피해 인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세대통합 복지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과 함께 보다 많은 노인이 다양한 여가문화프로그램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의 운영 혁신 그리고 적절한 재정적 지원은 노인의 건강을 유지시켜 미래의 잠재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대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