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 다가서기
12월은 1년을 마무리 하는 달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가능성이 높은 기시감 높은 일상이지만 여하튼 12월은 매년 새삼스럽다. 굳이 ‘이성’과 ‘사회적 동물’ 등 어려운 사회적 용어를 끌어다 쓰지 않아도 ‘지금 나의 삶이 어떠한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등의 생각은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다. 그러므로 서너 살 아이의 고민과 아흔 노인의 고민은 돌고 돌아 한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진리일지도 모른다.
12월이다. 시작보다는 끝에 가까운 달이며, 타인을 향했던 시선이 내 안으로 모아지는 그런 계절이 돌아왔다. 수년째 지속되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 가까운 지인들끼리의 연말 모임조차 부담스러운 열악한 상황이지만 다시 새해가 돌아올 것이고, 무언가 지금보다는 좋은 것들이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도 슬그머니 하게 되는 그런 시기이다.
지난 1년동안 자신이 걸어온 발자취를 천천히 더듬는 동안 ‘자업자득’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면 필시 부정적인 경우겠다. 하지만 역발상의 묘미를 살릴 순 없을까? 필자는 자업자득의 좋은 예로서 ‘자원봉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역발상이란 이런 것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업자득(自業自得) 모두 괜찮다. 얼마 남지 않은 2015년이다. 자승자박의 기회도 또 자업자득의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번 저질러보자!
■ 주제 관련 신문기사
△최고의 스펙, 자원봉사/ 중부매일/ 2015-11-13
△ ‘암 투병’ 지미 카터 “집짓기 봉사 계속하겠다”/ 경향신문/ 2015-11-04
△지미 카터/ 서울경제/ 2015-11-27
■ 읽기자료
〈읽기자료 1〉
며칠 전 4학년 학생이 연구실을 찾아왔다. 휴학 1년을 포함해 5년간 열심히 아르바이트도 하고 자원봉사도 했지만 전공분야로 진출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분야를 알아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듣고 가장 원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월급 200만원’이라며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판매 ‘알바’를 하는 곳에서 사장님이 졸업 후 같이 일하자고 하지만 그건 싫단다. 그런데 그녀가 가져온 이력서는 월급 200만원의 급여를 주는 직장이 원하는 스펙이 별로 없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스펙 중 으뜸은 ‘자원봉사 활동’이다. 1~2학년 때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자원봉사이며 진로를 결정한 뒤에 간접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도 자원봉사가 가장 좋다. 이력서에 지원 기관(시설)이나 직무와 관련된 자원봉사 활동 시간 정도는 기록을 해줘야 태가 난다. 무보수로 해야 하는 자원봉사가 취업에 영향을 주면 어떡하느냐 문제제기를 하는 분도 있다. 자원봉사의 무보수성이나 무대가성과 같은 중요한 기본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매년 20시간의 ‘학생 자원봉사’를 의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봉사 학습(service learning) ‘으로서 유도된 자발성의 의미를 갖는 것처럼, 취업이나 승진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인센티브로 작용하는 것은 ’동기부여 ‘ 차원으로 해석해야 한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인정보상은 경제적인 의미가 전제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들은 활동의 대가로서 경제적 보상이 아닌, 정서적 보상이나 사회적 기여와 자아개발을 도모하는 사회 심리적 보상을 선호한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제공받고 있는 인정보상 중 봉사자 의견과 개성을 존중해주고 편안한 대화를 하거나 개인적, 정서적 감사표시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아 정서적 보상을 주로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략) ‘보상’은 받는 사람이 기여한 만큼 주어지고 그것을 우리는 비례적 평등이라 한다. 자원봉사도 예외는 아니다. 활동하는 사람의 정성과 헌신에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가 따르는 법이다. 그녀가 무보수로 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보수를 받는 ‘알바’처럼 대했더라면 자원봉사를 했던 기관의 관장님이 그녀를 먼저 알아보지 않았을까. 〈출처 : 중부매일 2015-11-13〉
〈읽기자료 2〉
암 판정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1)이 2일(현지시간) ‘해비타트’ 집짓기 현장에 나타났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테네시주 멤피스의 해비타트 현장에 청바지 차림에 망치와 톱을 허리춤에 차고 “나는 아직 상태가 좋고 일할 수 있다. 항암 치료의 역효과가 나지 않는 한 늘 해왔던 일들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그는 “지난 91년간의 생에 대해 신께 감사하고 내 아내와 함께한 70년 가까운 세월이 고마울 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91번째 생일을 맞았다. 1976년 조지아주의 기독교단체가 무주택자들을 위해 시작된 해비타트 집짓기 운동은 카터 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30년 이상 애정을 쏟아온 일이다.
지난 8월 뇌와 폐에 암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살고 있는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거의 매주 일요일 성경 강의를 하고 있다. 11월과 12월 성경 강의 일정도 이미 잡혀있다. (이하 생략)·〈출처 : 경향신문 2015-11-04〉
〈읽기자료 3〉
“대통령을 하지 않고 퇴임 대통령으로만 남았더라면 더 존경 받았을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일부의 우스갯소리다. 지금은 인기가 높지만 1980년 대선 패배 때의 모습은 초라하고 쓸쓸했다. 오일 쇼크에 따른 경제난에다 이란 대사관 인질극 사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유약한 대응 때문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카터 전 대통령은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백악관을 떠나야 했을 때 나이가 겨우 쉰여섯이었다. 세상의 절반 이상이 나의 부끄러운 패배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내 실직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더구나 재임 기간 남에게 관리를 맡겼던 개인 농장이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150년간 선조들과 가족들이 터전을 잡았던 고향의 땅을 빼앗기고 집을 저당 잡힐 처지였다. 때마침 회고록이 계약된 데다 수확한 땅콩의 판로가 열리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한동안 상실감과 막막함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 빈곤층을 위한 집짓기, 인권 활동, 질병 퇴치, 중동?북핵 문제 중재 등의 활동을 펼쳤고 200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최근 미 주류 언론들도 카터 전 대통령의 암 발병 소식을 계기로 ‘카터의 유산(legacy)’을 재평가하는 분위기다. 그가 4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중국과의 완전한 국교 정상화,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의 중동 분쟁을 평화로 이끈 ‘캠프 데이비드’ 협정 체결, 파나마 운하 소유권 반환 등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란 대사관 인질 사태도 카터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해놓고 백악관을 떠났다는 사실이 비밀문서 공개 등을 통해 드러난 지 오래다. (중략) 카터의 정치적 우상인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여기서 최종 책임을 진다(The Buck Stop Here) ‘는 액자를 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임기 말 인기 없는 정책에 지지율이 최악인 채로 퇴장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평가에서도 ’역대 최고의 미 대통령 ‘ 순위 10위 안에 자리잡고 있다.〈출처 : 서울경제 2015-11-27〉
■ 생각 열기
△〈읽기자료 1〉을 읽고,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두 문장 내외로 정리하시오.
△〈읽기자료 1〉을 읽고, 관련된 속담이나 격언을 모두 쓰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쓰시오.
△〈읽기자료 2〉를 읽고, ‘해비타트 집짓기 운동’에 대하여 정리하시오.
△〈읽기자료 3〉을 읽고, 다음 문장의 이유를 찾아 쓰시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을 하지 않고 퇴임 대통령으로만 남았더라면 더 존경 받았을 것이다”
■ 주요 용어 정리하기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남을 돕고 난 후의 심리적 포만감을 의미한다. 2003년 미시건 대학에서 5년에 걸쳐 423쌍의 장수 부부들의 장수 비결을 조사하던 중 찾아낸 공통점이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몸이 불편하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헬퍼스 하이의 영향으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하락, 엔도르핀은 정상치의 3배 이상 상승 등 진정한 배려와 봉사는 봉사자 자신의 건강에도 유익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었다.
△마더 테레사 효과
남을 돕는 활동을 통하여 일어나는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변화를 의미한다. 1998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시행한 연구로서 테레사수녀(1910.8.27.-1997.9.5.)처럼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거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말한다.
△오드리 헵번
오드리 헵번은 1954년부터 유니세프를 통해 기부를 해왔고, 1981년부터는 홍보대사를 맡아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직접 찾아 봉사를 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됐다. 말년까지 유니세프의 홍보대사로 봉사활동을 하던 그녀는 1992년 소말리아에서 대장암을 발견하고 귀국해 이듬해 1993년 1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국경없는 의사회
국경없는 의사회의 공식 명칭은 ‘Medecins Sans Frontieres’이다. 세계 20개국에 사무소를 둔 세계 최대의 비군사, 비정부간 긴급 의료구호단체이다. 이 기구는 개인 기부금으로 재정의 약 80% 가량을 충당한다. 따라서 기구 운영에 있어 독립성과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세계 각지의 분쟁·참사 현장 속에 가장 신속히 들어가 인도주의를 실현한 공로로 1999년에 단체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 생각 더하기
최근에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자원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전자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 1365자원봉사 포털(www.1365.go.kr)입니다. 대학을 가기 위한 스펙의 하나로 자원봉사활동 확인서가 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자원봉사활동은 ‘자원’해서 하는 것이므로 누군가의 확인이나 인증이 필요 없는 활동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보세요.
의견 1 : ‘자원봉사활동 확인서’는 필요하다.
의견 2 : ‘자원봉사활동 확인서’는 불필요하다.
의견 3 : ‘자원봉사활동 확인서’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대체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 학생글
- 소박한 ‘한 끼’를 나누며
엄마와 아빠는 식당을 운영하셔서, 보통 밤 10시나 11시 또는 새벽 두시까지 일하실 때가 많지만 2주에 한 번, 일요일에는 쉬신다. 일요일 꼭 쉬는 이유는 하실 일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힘들고 외로운 분들에게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대접하는 봉사 참여를 위해서이다. 부모님은 ‘나눔회’ 라는 봉사 모임의 회원이시다. 이 모임의 회원들은 각자 하는 일이 서로 다르고 직업은 다르지만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모인 봉사모임이라고 아빠가 설명해 주셨다. 이 ‘나눔회’ 는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네 살 때부터 나는 이 모임에 따라 다녔다. 엄마, 아빠, 언니 등 가족 모두가 함께 다녔다. 고아원이나 양로원 또는 몸이 좀 불편하신 분들이 있는 재활원 같은 곳에 가서 모임의 여러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만들고 거기에 계신 분들과 나누어 먹는다. 식사 후에 오락 시간을 갖고 노래도 하고 때로는 춤도 추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모임에 가서 부모님들께서 짜장면, 탕수육, 완자 등을 만들기 위해 고기 등을 꺼내기 시작하면 우리는 바로 양파, 파 등 우리가 다듬어야 할 채소들을 한 바구니 받아서 자리를 잡는다. 때로는 장난도 치고 눈이 매워 눈물을 흘리는 친구와 놀면서 장난도 친다. 식사 준비가 끝나면 어른들께서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살짝 눈치를 주신다. 그러면 우리는 몸이 불편하신 분이나 할아버지, 할머니께 배식판을 가져다주고 밥을 함께 먹다가 힘들어 하시면 식사를 돕거나 식사를 떠 먹여 드린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활발한 친구들은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 나는 그만큼 활발하지 못해서 그냥 어른들 어깨를 주물러 드린다. 그러면 힘들고 대단한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고마워 하신다. 별 일 아닌데 괜시리 뿌듯해지고 봉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부모님 덕분에 봉사 활동을 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내 삶에 봉사의 목표를 세워본다. 작은 식사 한 끼에 고맙다고 하는 분들을 보며 세상 살면서 꼭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그냥 한 끼 한 끼 주변 사람과 나누면 되는 것을 느끼며 작은 실천을 다짐해본다. 김혜수 (전주교대전주부설초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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