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2:46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청춘예찬
일반기사

인문학 열풍을 바라보며

▲ 이태용 거리최면 공연가
이제는 좀 가신 것 같기도 하지만 요 몇 년간 인문학에 대한 많은 관심과 열풍이 불었다. 고전과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들이 서점의 한켠을 점령한 걸 바라보고 있으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칸트에 대한 토론을 하다 총격전이 벌어졌다던 저 동토의 주민들처럼 온갖 동서양의 고전과 신화, 철학을 논하는 자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 위한 자기계발서적 같은 내용들

 

필자의 경우 공부가 깊지 못하고 좋아하는 영역에 관심이 편중됐기 때문에 인문학 열풍이 불 때도 과연 인문학, 개중에서 몇몇 학문이 이렇게 열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학제간의 영역을 초월한 통섭적인 시야를 제공할 지혜를 과연 어떻게 나누어 줄지 굉장히 많이 궁금했었다.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친구가 연 철학모임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사실 불성실하기도 했고 책을 읽음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아 큰 갈증을 남겼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요즘 와서 보면 대중들에게 향유되는 인문학이라는 게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이라는 정의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기업에서도 인문학적 사고- 과연 그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를 가진 인재들을 중용하겠다는 신호를 보인 이후부터 더더욱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 혹은 커뮤니티에서 자주 소개되고 사람들이 소화하는 인문학적 콘텐츠는 날 것 그대로, 혹은 이에 대한 요약정리, 설명이 아닌 영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점점 사람들이 주로 접하는 매체가 적은 화면의 디지털 기기로 넘어가고 덧붙여 개인적으로 소비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소비하는 활자매체의 길이가 짧아지는 걸 선호하는 경향이 막을 수 없는 추세라고 보기 때문에 아주 긴 글, 혹은 여러 권의 고전이나 이에 대한 교양서적보다는 이를 축약하고 요점을 정리한 다이제스트 형식의 책이 유행할 거라고 보았다. 그런데 서점에 놓여있는 책들이나 페이스북에서 카드뷰 형식으로 소모되는 내용들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가장 널리 많은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했던 어떤 카드 뷰는 인문학적 사고를 다룬다면서 ‘심부름 보낸 선배의 교훈-일을 찾아서 하라, 그렇지 않으면 노동일뿐이다’는 걸 담배 심부름을 통해 후배에게 가르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그 카드 뷰를 만든 곳에서 내 놓은 내용도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공통된 주제는 기업에서, 혹은 업장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는 법 그리고 나 자신의 습관을 고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법에 대해서 담고 있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 인문학이란 단어가 이렇게 소비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결국 과거 자기계발서적이 이야기하던 내용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는 내용이 유행하는 키워드에 맞춰 네이밍만 달리 한 게 아닌가? 인문학 이전에는 심리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같은 내용을 달리 말하던 게 그저 유행하는 탈을 쓴 것이었다.

 

문학·역사·철학 진정으로 소비해야

 

아무래도 칸트나 헤겔을 놓고 우리가 주먹다짐을 벌일 일은 아직은 요원한 듯하다. 시대적 정신이 취업을 요구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담고 있는 내용물이 진짜가 아닌데 이걸 진짜로 소모한다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인문고전을 읽자, 혹은 인문고전으로 변화하자, 인문학으로 변화하자 라는 책 대신 실제 역사나 철학, 문학을 통해 진짜를 소비하는 게 자신이 원하는 상에 더더욱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