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다. 뒤돌아서서 그림자를 쳐다본다. 내 곁을 사람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불안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은 설렌다. 그림자를 바라본다. 나는 예전처럼 평범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지만, 아주 조금 다르다. 그림자를 좇아 발길을 떼어본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실에 앉아 끄적이기 시작했다. 창가의 화분처럼 늘 자리에 앉아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을, 이해하지도 견디지도 못했다. 소극적인 반항이었다. 참신한 뻥을 치고 싶었다. 밤에 친구의 어깨를 밟고 컴퓨터실의 쪽 창으로 넘어들어가 타이핑하고 출력했다. 도트프린터가 한 줄씩 활자를 인쇄하는 것을 가슴 졸이며 바라봤다. 다행히 몇몇 친구들이 읽어 주었다. 읽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재미있다고까지 말해 주었다. 참 착하고 어른스러운 친구들이었다. 녀석들의 칭찬이 없었다면 글쓰기를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도 청소년기는 버거웠다. 해외입양인의 청소년기는 말 그대로 태풍일 것이다. 이제는 그만 보냈으면 한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 우리 사회의 수준이고 업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폭력적이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된다. 해외입양인 친구인 일리(소설 속 ‘윌리’)와 그의 가족에게 안부 인사와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충북대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창문학동인회 써클룸의 문을 연 것이었다. 바닥과 천장, 사방 벽에는 막걸리 냄새가 배어 있었고 늘 담배 연기로 매캐했다. 선배들의 언어는 전투적이었고 술 마시는 것이 고역이었지만, 내 시를 읽어주는 이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십수 년이 흘렀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소설가 김현영 선생의 강좌를 들었다. 글 쓰는 즐거움과 재회했고, 함께 글을 쓰고 읽어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행운이었다. 과학 웹진 크로스로드와 포스텍 박상준 교수께도 감사한다. 내겐 매우 소중한 게재 기회였다.
부모님과 가족에게 고맙다. 수필 작가이신 장모님께서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가장 기뻐해 주셨다. 아내는 철없는 나를 잘 보듬어주고 아들은 더 나은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 수상쩍었을 나를 이해해준 학과 친구들과 전 직장 동료들도 고맙다. 무엇보다도 전북일보와 송하춘, 백시종 심사위원께 감사한다. 부족한 글을 너그러이 봐 주셨다. 나처럼 글쓰기로 위안과 몰입의 기쁨을 느낀 다른 응모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은 내 차례였다. 나는 내 운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음은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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