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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용지 구제역 방역초소 가보니…칼바람 '쌩쌩' 온몸이 '덜덜'

"2시간 이상 근무서면 발 얼어" / 컵라면 끼니…제설작업까지

▲ 20일 오후 김제 용지면 구제역 방역초소의 소독약물이 강추위에 얼어 붙어 있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도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에 머무는 등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안봉주 기자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김제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도내 곳곳에 방역초소가 설치됐지만, 근무자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20일 오전 김제시 용지면의 꽁꽁 얼어버린 구제역 방역초소(이동통제초소) 안에는 비닐로 겨우 바람만 피한 근무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3교대로 번갈아 가며 8시간씩 좁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지만, 불어오는 칼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이 일대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최고기온도 영하 4.1도에 머무는 등 하루종일 영하의 기온을 기록했다.

 

방역초소는 통상 공무원과 경찰관, 군인이 각각 1명씩 모두 3명이 함께 근무하는데 김제시청 공무원 A씨는 “방역초소에서 2시간 이상 근무를 서면 발이 얼어버린다”며 “조별로 8시간씩 24시간 근무를 서니 추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근무교대와 점심시간 동안 쉴 수 있는 방역초소 옆 컨테이너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난 경찰관은 보급된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이 경찰관은 “군·경찰·공무원이 함께 좁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해 비좁다”며 “점심 같은 경우 배달음식이 들어오지 않아 컵라면으로 대부분 해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용변을 해결하는 간이식 화장실은 하나 뿐이었고 이마저도 분뇨처리가 제때 되지 않아 오물로 넘쳤다. 특히 여성근무자들은 남성들과 같은 곳에서 용변을 해결해야 되는 문제로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또한 최근 급습한 강력한 한파로 인해 제설작업까지 떠맡은 이들은 작업도중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지만, 응급처치 도구와 장비 등도 보이지 않았다.

 

민간인들이 관리하는 거점소독시설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70대 노인이 혼자 지키고 있는 전주의 한 거점소독시설에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비닐부스조차 없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근무체계가 각 초소마다 달라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일 임실에서 방역활동에 참여한 임모씨(52)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며, 숨지기 전에도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점소독시설을 관리하는 민간인은 도내에 모두 777명으로 방역초소(이동통제초소)를 관리하는 공무원 131명, 경찰 168명, 군인 164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8시간씩 3교대로 야외근무를 서고 있지만 야간 특근 수당도 없이 일당 6만5000원 가량을 받는다. 공무원과 경찰관들도 따로 비상근무 수당은 나오지 않고, 초과 근무수당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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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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