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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치의 봄을 기다리며

선거문화도 콘텐츠 필요 / 아름다운 승부 많을수록 유권자들에게 감동 선사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정치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후보를 최대한 잘 알릴 수 있도록 선거전에 음악과 춤, 사진, 영상, 디자인 등이 총 동원된다. 선거운동 방식만 놓고 볼 때 종합예술이라고 할 법하다. 그러나 선거무대에서 감동을 받은 관람자(유권자)가 그리 많을 것 같지가 않다. 일방적인 선전의 장에서 감동을 하리라고 기대한 것이 무리일 것이다.

 

올 전북지역 총선은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많은 흥행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공천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대거 탈락했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경쟁 구도가 선거 막바지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각 당 지도부가 몇 차례씩 전북을 찾아 표를 호소한 것도 그저 의례적으로 지나쳤던 역대 선거와는 크게 달라진 장면이었다. 선거기간 대통령의 전북방문도 그리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을 정도였다. 여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전 의원, 민선 도지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 경제자문을 맡았던 유종근 전 지사 등의 출마도 그 자체로 흥행거리였다. 농식품부 장관 출신의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두 야당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을 벌이며 전북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이런 흥행요소들이 실제 전반적인 선거 흥행으로 연결되지는 못한 것 같다. 선거에서 흥행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다. 특정 정당 후보가 곧 당선일 때와 달리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자신을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후보 홍보물이나 토론회, 개인 연설, SNS를 통해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열려 있었으나 대부분 후보들이 상대방 신상털기에 급급했다. ‘이 후보 저 후보 모두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순간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등을 돌린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정도의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특출한 뭔가 한가지씩은 갖고 있다고 본다. 정치적 수완이 탁월하거나, 인간관계가 좋거나, 전문성이 있거나, 돈이 많거나, 말을 잘하거나….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이런 장점 대신 흠만 드러난다. 후보 상호 간에 온통 상대방 깎아내리기에 치중하면서다. 보통 사람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한 후보들의 잔치에서 유권자들이 숟가락을 들고 싶겠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을 유일한 선으로 여기는 정치풍토가 계속되는 한 이런 진흙탕 선거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후보들의 인간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토론에서 후보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후보들이 자신의 잘못된 과거 행적을 부정하거나 감추려고만 했다. 잘못을 인정할 때 인간미가 있고, 그런 후보에게 신뢰가 간다. 많은 일을 치르면서 어찌 과가 없을 수 있을까. 총선 후보들은 그런 면에서 신의 경지에 가깝다.

 

정치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현실을 이번 전북지역 선거판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거의 전쟁 수준이라고 할 만큼 상대방을 향해 총질 해댔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정담도 공개 토론장에 비수로 나왔다. 선거가 끝난 뒤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실제 유명을 달리한 사례도 적지 않다. 유권자들에게 정치 축제인 선거가 막상 후보들에게는 진짜 전쟁터가 되고 있는 게 우리 선거문화의 현주소다. 선거판을 벗어나면 곧바로 형·동생, 선후배,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조차 없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활동에서 콘텐츠를 말하는 것이다. 선거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아름다운 패배가 많아야 선거가 축제일 수 있고, 정치인이 정치예술인이 될 수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지 추함을 쫓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전북 정치의 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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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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