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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하얀 발자국

▲ 진창선 문학평론가
눈 덮인 산마루 고즈넉한 산길 따라 어머니의 하얀 발자국은 어느 세월로도 묻히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향수다. 누구라 일렀던가 ‘여성은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고. 시에서도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고 노래했으니 사랑의 절대성과 희생 또한 어머니로부터 비롯했으니 그 숭고함을 어디에다 비하겠는가.

 

위의 시구 ‘어머니의 눈물’ 역시 결국 자식들 마음에 새겨져 삶의 굽이마다 진주처럼 빛난다는 뜻이겠다. 서양의 속담에도 천국은 어머니의 발밑에 있다 했으며 어느 시인은 ‘어머니’란 시를 쓰는 사람이면 눈물 안 흘려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랑을 논할 경우, 신을 섬기거나 신이 베푸는 것을 아가파 한편 성적(남녀) 사랑은 상대적 곧 에로스라 했으며 어버이의 사랑은 절대적(무조건적)이라 했다. 지선(至善) 지고(至高)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어린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고 있는 모자상이라 했다. 프랑스 속담에도 요람 속에서 배운 것을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 했는가 하면 한 사람의 양모는 백 사람의 교사와 필적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인간 최초의 스승이라 일러 오고 있다. 또 인도의 격언에서도 어머니와 신(神)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으며 그리고 공자는 내 몸을 부모로부터 받자온 것이기에 우주 질서의 근본임을 내세웠는가 하면 효(孝)는 인륜의 규범이요 백행의 원이라 설하였다. 서울의 북쪽 북악산 기슭 아늑하게 자리한 산사(山寺) 앞마당에는 관음상과 마리아상의 이미지를 현대 기법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이 여인상은 세계 구원을 위한 인류의 어머니를 상징했는지 모른다.

 

이를 조성한 원로 조각가는 가톨릭미술협회장이며 서울대학교 미술대 최종태 교수로 삼국 시대 아름다운 조각 이미지를 응용했다고 전한다. 세상에는 여러 일화도 많겠지만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했을 때 이야기로 마닐라 해안을 향해 함포 사격을 하려는 찰나 한 해병의 옷이 바람에 날려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해병은 상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 옷을 건져 들었다.

 

결국 해병은 명령 불복종죄로 군법에 회부된다. 재판관 듀이 장군은 왜 물에 뛰어들었느냐고 물었다. 병사는 젖은 옷 속에서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보이고는 말이 없었다. 장내는 갑자기 숙연해지면서 재판관들 역시 이 감동적인 분위기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한편 안중근 의사가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니가 곧장 보낸 편지 내용을 간추려 옮겨 보았다.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이 두 독립투사의 어머니는 한 애국자의 어머니이기 앞서 배달겨레의 곧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조국의 어머니이시다. 예로부터 한국 문화를 ‘달’의 문화라 이른 것은 여성적임을 가리킴이요 그 중심은 자연 모성인지라 무릇 한국은 ‘어머니의 나라’라 일컬을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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