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특별·대관전시 활발…전북대 기록유물 최고 수준 / 부족한 예산에 외부사업 적극 활용…"지역민 관심 필요"
해방 직후 지역민과 함께해온 거점 국립대학들은 그 자체로 지역의 역사이다. 그러니 대학박물관은 지역과 대학의 역사를 한눈에 마주할 수 있는 지역 역사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전북대학교 박물관에도 이 곳 전북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지역민에 대한 다양한 교육으로 미래도 함께 그리고 있다.
△ ‘교육’ 부각되는 대학 박물관…대학 교육의 간접적 경험 제공
전북대학교는 전라북도의 유물을 조사·연구·교육·전시함으로써 전북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보전하고, 지역민들에게 역사와 문화의 향수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1961년 부속기관으로 전북대학교 박물관을 개관했다.
전북대 박물관은 여러 건물을 거쳐 이관하던 끝에 지난 2011년 신축 박물관이 완공되며 보금자리를 찾게 됐다. 이전에 사용되던 박물관 건물은 지난해부터 자연사박물관으로 사용돼 전북대학교는 두 개의 건물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게 됐다.
대학 박물관은 대학의 부속기관인 만큼 교육적인 부분이 특히 부각된다. 아울러 대학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어 교수나 강사와 같은 지성인을 섭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유리하고 연구생 인력 수급에 용이한 이점이 있다. 이처럼 대학 박물관은 유물 전시나 다양한 교육을 함에 있어 대학의 연구력을 적극 활용하다 보니 대학 구성원이 아닌 이들에게도 대학의 교육과 연구수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민과 소통하는 ‘평생교육의 장’
본래 대학 박물관이 가지는 가장 큰 목적은 ‘연구’에 있다. 고고문화인류학과 문헌정보학과, 사학과 등과 같이 과거를 탐색하는 학문을 연구함에 있어 역사적 문헌이나 유물 등을 보존·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 박물관의 역할이 확장되며 전북대학교 박물관도 학술조사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만은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평생교육’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선 문화프로그램으로는 ‘목요시네마 뮤즈’가 가장 대표적이다, 목요시네마 뮤즈는 매주 목요일마다 지정된 테마에 맞는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라도 방문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목요시네마 뮤즈는 매 해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며 1, 2월은 준비기간을 갖는다. 영화를 사랑하는 지역민이라면 올해가 가기 전 전북대학교 박물관을 방문해 부담 없이 영화 한 편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는 ‘청소년 창의체험 프로그램’과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양한 연령층에게 문화·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 가능하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중도에 신청이 불가능한 만큼 관심 있는 지역민들은 내년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한편 그 외에도 전문 민화 강사에게 민화 그리기를 강습 받는 ‘민화 아카데미’, 옛 글을 읽고 해석하는 기술을 배우는 ‘고문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도 진행되고 있다.
△지역민의 과거 생활 엿볼 수 있는 상설전시…기록유물은 전국 ‘으뜸’
각종 프로그램들도 중요하지만, 전북대학교 박물관에도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어 박물관 본연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전북대 박물관은 고대생활·예술·기록 등을 모두 전시하는 종합박물관으로, 전북지역에서 출토된 생활유물을 소개하는 것을 주된 테마로 상설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1층에 위치한 홍보·역사실에서는 전북대학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학교의 과거 기념품, 교표와 같은 상징물과 더불어 과거 학생들의 학생증이나 수험표와 같은 사소한 물건들도 눈에 띈다. 과거의 사소한 생활들이 모두 역사가 될 수 있다는 전북대 박물관의 메시지를 홍보·역사실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기증유물관을 마주 할 수 있다. 숭고한 뜻으로 유물을 전시한 기증자들을 헌액한 헌판을 지나 기증유물관으로 들어가면, 도자기나 그림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유물들을 감상 할 수 있다.
3층에는 고대문화실과 생활문화실, 그리고 예술문화실과 기록문화실이 줄지어 위치해 있다. 고대문화실에는 전북지역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부터 고려시대 유물까지 전시돼있고, 이 전시관을 거쳐 도착한 생활문화실에는 조선시대의 다양한 일상용품과 생활상이 담겨있어 마치 수천 년의 역사를 흘러 걸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국악기나 도자, 서화 등 예향 전북의 혼을 담은 예술문화실을 거치면 전북대 박물관이 자랑하는 기록문화실에 당도한다. 전북대 박물관은 대학박물관 중 가장 많은 고문서를 보유하고 있고, 전북도 유형문화재 제204호로 지정된 완영책판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등 기록유물에 있어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전북대학교 박물관 정미혜 조교는 “박물관을 방문하는 지역민들이나 학생들도 우리 박물관의 기록유물 수준에 놀랄 때가 많다”고 전북대 박물관의 자랑을 전했다.
△대학 박물관 역할에 충실한 특별·대관전시
한편 상설전시 외에도 특별전시전이 주기적으로 열려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대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사진전처럼 가벼운 주제의 특별전시부터, 산민 한승헌 변호사의 소장자료를 전시하며 근현대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엿보는 기회를 제공하기까지 다채로운 주제의 특별전시가 진행돼 문화·역사·예술을 모두 아우르는 대학 박물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북대 박물관은 또 다양한 대관전시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공학과, 미술학과, 산업디자인학과, 고고문화인류학과 등 다양한 학과에서 자신들이 연구한 결과물을 지역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북대 박물관을 방문하는 지역민들은 대학생들이 일궈낸 연구 성과와 지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줄어드는 지원, 예산문제 타개 위해 노력
이처럼 다양한 교육·문화·전시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학 박물관이 가지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예산문제’이다. 대학 박물관은 지역민과 소통하는 것이 생명인 만큼 타 박물관에 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면서도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프로그램에 이윤을 추구하지 않아 예산확보가 더욱 어렵다. 온전히 학교 측의 예산지원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박물관 측은 “최근 국립대의 재정상황이 어려워지며 박물관 예산이 거의 최우선적으로 삭감되는 실정”이라며 “보다 잦은 특별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어도 부족한 예산으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전북대 박물관은 외부기관으로부터 예산이 지원되는 외부사업을 받아오는 등 예산문제 타개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
박물관 측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많은 지역민들이 대학박물관을 더 많이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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