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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문화예술기관장 인사, 전문성이 먼저다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전북지역 문화예술기관장들의 거취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조지훈 전주시장 당선인이 정무직이나 별정직·임기제 공무원을 일컫는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향해 ‘시정의 철학이 바뀌고 가치 구현 방식이 달라졌다면 어공들은 물러나주는 것이 맞다’며 공개적으로 용퇴를 압박하면서 문화예술기관장들에 대한 인적쇄신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기관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까지 흘러나온다. 주로 당선인 선거캠프 출신이나, 학연·지연 등 여러 인연으로 얽힌 인사들의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물론 정무직과 정치적 보좌 인력은 단체장의 철학을 구현하는 자리인 만큼 단체장이 바뀌면 함께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를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문화예술기관장에게까지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비서실장과 대변인·정책보좌관 등과 달리 문화예술·법률·도시계획 분야 임기제 공무원들이 ‘어공’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은 해당 직위가 단체장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체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임기가 남은 문화예술기관장까지 일률적으로 물러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기와 전문성을 도외시한 인적 쇄신은 문화행정의 연속성과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문화예술기관은 특정 권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육성하고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들 기관장 인사마저 정치 논리에 좌우된다면 지역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 단체장이 문화예술기관장을 임명할 때도 정실 인사가 아닌 전문성과 공공성, 기관 운영 역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문화예술기관은 정치적 보은의 자리가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의 미래를 책임지는 전문기관이기 때문이다. 도내 문화예술기관 중에서는 올해 전주문화재단과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문화관광재단 수장의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이들 기관장 인사는 새 집행부의 문화예술 행정에 대한 철학과 인사원칙을 드러내는 첫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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