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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교육감,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전북도의회가 올해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762억원을 증액했지만 전북교육청은 이를 집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올해분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명분을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당장 기관간 갈등이 불가피하고, 내년도 교육부 보통교부금 등 1400억원의 재정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김승환 교육감이 내세우는 원칙과 명분이 사회적 갈등과 지역교육의 재정손실 보다 더 우선할 수는 없다고 본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몇 년째 갈등을 겪으며 어린이집과 보육 부모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쌓일 대로 쌓였다. 숫자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예산을 중심으로 전북교육에 안긴 직간접적 손실이 이미 적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교육에서 원칙이 중요하고, 교육의 지도자가 그 원칙을 지킬 때 결국 더 큰 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칙이 때로 상대적일 수 있다. 김 교육감만이 원칙과 명분을 지키는 지도자는 아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질 수 있도록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게 어디 이뿐인가. 누리과정 예산의 법적 근거 역시 논란만 됐을 뿐 재판부의 판단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김승환 교육감의 그동안 ‘원칙 지키기’가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신설을 통해 8600억원의 국고 보조의 길을 닦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수 있다. 김 교육감은 보육대란의 우려 속에 교육부와 여론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누리과정 예산의 국가책임을 주장하며 정치권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3년 한시법에 45% 밖에 안 되는 국비보조여서 누리과정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누리과정 예산은 반쪽짜리다. 하지만 전부를 얻을 수 없는 사정도 있다. 법에도 ‘사정변경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부족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국가보조도 받게 됐다. 전국의 다른 진보교육감들이 올해분 예산을 추경으로 편성하고, 내년도 예산을 세운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재정적 손실을 따지기 전에 지역사회의 갈등을 야기할 누리과정에 전북교육청의 입장 변화가 절실하다.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멍석을 깔았다. 교육감 한 사람의 소신 때문에 전북교육이 왕따 당하고 지역사회가 사분오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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