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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되는 처절함

무형문화재 보유자 경제적 어려움 겪고 신체적 혹사도 허다

▲ 권화담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2학년

작년,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활동에서 매사냥을 취재하며, 나는 내 진로를 무형문화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풀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그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었다. 우리가 그 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전칠기장의 공예품을 보며 이 공예품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와닿게 할 수 있을까, 매사냥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어 즐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며 나는 내가 무형문화재들을 좋아하고 내 또래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선생님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내가 사람들에게 무형문화재를 알림으로써 도움이 되고 싶었다. 최소한 나의 노력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 ‘해녀는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민간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는 글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수많은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분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옛 기술을 선호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공예품의 특성상 그 가격이 비싸지니 많은 이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지원되는 금액은 적고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적어 벌 수 있는 돈이 꾸준하지 않다. 그 때문에 생업과 병행하거나, 부부 중 한 사람이 가장이 되거나, 끝내 기예능을 포기하기도 한다. 내게 유형문화재보다 무형문화재가 더 나에게 와닿았던 이유는 그것이 사람에 의해서 현재까지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사람의 손을 타고 말을 타고 전해지는 것이 가슴 벅찼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 기예능을 위해 신체를 혹사해야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그저 ‘장인의 아름다움’ 수준으로 방관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단순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개인의 ‘노오력’이 성공 사례로 자꾸 떠오를 수록, ‘노오력’해서 할 수 없는-제도적인 차별이나 사회문화적인 낙인을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노오력’이 강요된다. 잔인하게도 사람이 처절하게 노력하는 것이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그 처절함이 마치 성공사례처럼 전시되고, ‘노오력’하면 된다는 풍토는 노력할 수 없는 사람들을 나무란다. 처절함은 전시되고,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너무도 끔찍했다. 그래서 처절함이 전시되는 것은 결국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면 변화시키기 못했지, 절대로 상황을 낫게 하지 않는다. 또다른 처절함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전시될 뿐이었다. 마치 다 꺾여버린 장인의 손처럼, 육지 위에서 숨을 쉴 수 없는 해녀의 굽은 등처럼.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문제점을 알아갈 수록 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많이 슬프다. 한 기예능 보유자 선생님께서는 무형문화재를 취재하는 나에게 ‘좋은 일 한다’며 나를 다독였었다.

 

하지만 기록하는 일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관심은 너무나도 잘 끓고, 잘 증발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에 고민이 멎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접근성을 지니는 3분여 시간 동안 나는 무슨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가. 내가 이 처절함을 전시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나 역시 오늘도 누군가의 처절함을 아름다워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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