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이 지난 20일 국가의 용공조작 올가미를 풀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4명의 원혼 풀이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삼례 3인조 사건이나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만 되짚어 보더라도 검찰은 피해자측의 재심 요구에 매우 이기적 행태를 보였다. 그런 검찰이 과거의 사건, 그것도 이젠 누구도 이의제기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스스로 재심 청구에 나선 것은 격세지감이다. 세상이 변하긴 변한 모양이다.
전주지검이 이번에 재심 청구한 대상은 1960년대 전주지검 관내에서 벌어진 2건의 납북귀환어부 용공조작사건의 피해자들 중 지난 201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지 못한 4명이다.
대덕호 사건은 1963년 6월 군산시 개야도에 살던 고 최만춘 씨 등 9명이 대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20t급 어선으로 조기와 갈치를 잡다가 북방한계선을 넘었고, 10일 뒤에 귀환한 뒤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태영호 사건은 1968년 부안 위도의 강대광 씨 등 6명이 조업 중 납북된 뒤 귀환, 간첩으로 몰린 사건이다.
서슬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일어난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민주화 물결 속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8년 재심을 청구, 2014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문제는 2008년 재심 청구 당시 망자였던 노씨 등 4명은 재심 대상에서 빠졌고, 결국 무죄 선고도 받지 못했다. 대덕호와 태영호 사건 자체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노씨 등에 대해선 재심 청구 당사자들이나 검찰, 법원 모두 외면한 결과다.
최근 검찰의 개혁 분위기 속에서 전주지검도 과거의 사건들 중 노씨 등의 억울함을 주목한 것 같다. 다행이고 잘한 일이지만, 사실 모양새 면에서 전주지검의 이번 결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검찰이든 법원이든 한 기관만이라도 관심을 보였다면 이번에 재심을 청구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새정부 들어 국가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국가정보원 등의 적폐가 드러나면서 검찰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검찰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비록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새정부와 국민의 강한 요구에 따른 것이지만, 권력기관들이 새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적극 응하는 건 다행이다. 과거 부끄러운 적폐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억울한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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