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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

물리적인 시계와 별개로 인체에는 생체시계가 있다

▲ 김신철 독립서점 북스포즈 공동대표

14세기, 광장에 시계탑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그리고 지각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분침이 나오고, 초침이 나왔다. 시간의 흐름이 선명해질수록 인류는 바쁘게 움직였다. 동시에 전례 없는 시간 부족에 시달렸다는 것이 시간의 아이러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시간을 밤을 새워 사용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말한다. “난 이렇게 바쁜데, 왜 시간이 부족하지?”

 

현대인의 관심은 한정된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자기계발서 역시 시간관리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개인 사례를 모델로 저자의 시간 사용 성공담을 주장하는 것에 가까워 그들의 성공이 우리에게 100% 일치되는 것은 지구 반대편에 나와 꼭 닮은 사람을 찾는 것만큼 어렵다.

 

시간의 꽁무니를 쫓느라 지쳐 있을 수 없다. 슈테판 클라인의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는시간에 대한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의 입장에서 시간을 이야기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 방법 등 한 번쯤 궁금했던 이야기에 대해 논문과 실험을 배경으로 설명해준다. 너무 쉽고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모른다는 점만 뺀다면 시간의 대부분을 파악한 기분이 든다.

 

예를 들어보자. ‘나이가 들수록 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의 정체는 경험이 주는 자극의 차이라고 말한다. 어렸을 때의 하루는 매시간이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게 되면 일상이 반복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일은 뇌에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흐른 것인지,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개인마다 다르게 흐른다. 이 책에서는 물리적인 시계와 별개로 인체에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생체시계’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시간에 쫓기거나, 느리고 빠르다고 느끼는 일들은 이 두 시계의 간극이 만들어낸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그의 이론을 설명할 때 “아름다운 여성과 대화하는 것은 1시간이 1분처럼 느끼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 손을 올리면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가장 멋진 설명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시간을 잡기 위해 뜨거운 난로 위에 손을 올린다거나,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들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기억 속에 방을 만든다. 덕분에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풍경과 향기, 분위기까지 언제든 꺼내어 볼 수있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이 영원히 기억된다는 것. 이는 시간이 가진 매력적인 면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내 생체시계에 맞춰 생활하거나 좋아하는 일만을 하고 살 수없다. 현대인의 무력감은 방을 만들며 사용되어야 할 시간을 못 만드는 데있다. 우리는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수 없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 받은 상태에서 일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지난해 열풍이었던 YOLO도, 퇴사들도 모두 촘촘해지는 시스템속에 자신의 시간을 뺏긴 이들이 만들어낸 마지막 탈출구였다.

 

신정이 엊그제 같은데 설날도 훌쩍 지나갔다. 그럴듯한 새해다짐의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느낌이다. 이 때 ‘안녕하세요 시간입니다’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올해는 속절없는 시간의 꽁무니를 쫓는 것을 넘어 시간과 마주하고 인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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