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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도 승리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가 힘들다. 선거는 사람 마음을 얻는 것이라서 일단 상대의 속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지지자 같으면 마음의 문을 열어 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없다. 화이트 컬러들은 처세술과 임기응변이 강해 지지하지 않아도 지지하는 척을 잘한다. 회색분자가 많아 감 잡기가 힘들다. 반면 민초들은 비교적 솔직해 호불호가 분명하다.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승자는 당선이 확정된 순간 느끼는 기쁨으로 삼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갈 정도로 기세등등해진다. 암도 낫아 버릴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선거 기간 쌓였던 피로가 일순간에 씻은듯 날아간다. 온몸에서 기가 치솟아 활력이 넘치면서 얼굴색이 확 달라진다. 선거에서 이기면 그 쾌감과 승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인간의 본능인 지배욕구가 충족되면서 엔돌핀이 솟기 때문이다.

 

패자는 너무 슬퍼하거나 억울해 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자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승자가 될 수 있다. 배신한 사람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억울하고 분개할 수 있지만 모든 게 자신이 만든 업보다. 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누가 진정한 친구고 적인지도 모른다. 평상시에는 사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선거 때 비교적 잘알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

 

평소 지내온 관계로 볼때 앞장서서 도와줄 것 같던 사람도 등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물불 안가리고 마음을 써준 사람도 있다. 패자들은 흔히 인간적인 배신에 더 가슴 아파라하고 기분이 상한다. 친구관계로 덕을 많이 보았던 사람 중에는 아예 선거판에 얼씬도 안하려고 외국여행을 떠난 경우도 있다. 자신이 덕볼 때는 그렇게 가깝게 따라 붙던 사람이 발길을 돌리며 나몰라라 하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선거하는 동안 인간관계를 속속들이 알았기 때문에 너무 괴로워 할 필요가 없다. 적과 동지가 누구인지를 안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승냥이와 하이에나가 누군지도 알았지 않았던가. 낙선했다고 이불 뒤집어 쓰고 두문불출할 일이 아니다. 앞으로 함께 가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았으므로 그 사람들과 마음의 문을 열고 살면 성공한 삶이 될 수 있다. 비록 돈은 없앴지만 진정한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승자가 될 수 있다. 살다보면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는 법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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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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