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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만들기

여러해 전, 창조도시와 도시혁신의 석학 찰스 랜드리 교수가 전주를 찾았다. 전북의 한문화창조산업 컨퍼런스 기조발제자로 초청된 그는 이 지역이 갖고 있는 한국적인 문화산업 기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기조발제를 통해 ‘지난 25년간 일어났던 역사와 도시 개발의 궤적을 살펴보면 창조성과 문화의 결합이 세계 곳곳에서 흥미롭고 빠르게 확산되는 범지구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그의 분석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한옥마을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당시는 한옥마을에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던 때였는데 오히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했다.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유무형 자산이 풍부했던 시절의 이미지가 그래도 남아 있는 덕분’이라고 진단한 그는 그러나 관광객이 몰리다보면 건물 임대료가 오르게 되고 소중한 자산인 예술가들이 이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진단은 세계 여러 도시들이 치룬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문화창조산업을 성공시킨 일본의 가나자와가 관광객이 몰리면서 그 원형을 지키는 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나,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의 베니스, 영국의 켐브리지를 예로 들었다. 런던의 경우, 예술의 거리 프로젝트를 만들어 실행했는데 그 거리에 관광객이 몰리자 명품브랜드가 들어와 작은 가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가 형성됐다는 예는 시사 하는바가 컸다.

그렇다면 원형을 지키며 창조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는 불가능할까. 아니면 그런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일까. 그의 답이 궁금했었다.

어려운 문제지만 그래도 길을 찾는다면 유일한 처방이 있다는 그가 제시한 것은 도시계획에 필요한 자치단체장의 결단력이었다. 영국 웨스턴미니스터시가 예술의 거리를 조성하면서 들어올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한 것이나 일본 교토의 경우 관광객 제한 규정을 만들어 특화된 정원을 유지하는 규정을 만든 예를 들었다.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이 워낙 컸고, 관람권 침해라는 저항이 있었지만 이 도시들의 거리와 정원은 원형을 지켜나가는데 성공했다.

전국 도시마다 문화를 앞세운 도시만들기에 열심이다. 어느 도시나 문화도시를 꿈꾼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쏟아져 나오는 정책이 천편일률이다. 수도 없이 건물을 늘리거나 정체도 모를 온갖 콘텐츠가 동원되다보니 도시의 특성은 없어지고 만다. 발전은 더디지만 쇄락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충분히 경험한 도시들도 다르지 않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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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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