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도시의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용 노란 보도블록을 제거했다는 뉴스 말이다.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은 비장애인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다. 오히려 몇몇 비장애인들은 보도블록의 여기저기 튀어나온 노란 발판이 도시의 미관을 해치니 없애거나 기존 보도블록과 같은 색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하지만 발판이 노란색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구분이 잘 되는 색상이 노란색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도시의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은 관철되었어야 한다. 어떤 요구가 타인의 기본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 다수의 기분이나, 불편이 먼저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그 선택이 누군가의 생을 위협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필요와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만 이런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연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금지하자고 했다. 어떤 음료 체인점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철회하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내구도가 낮고, 사용감도 불편하다. 사람들은 종이 빨대로는 음료를 섞을 수도 없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종이가 눅눅해져 빨대의 기능도 잃어버린다며 푸념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불편함을 선택한 것이다. 왜 플라스틱이라는 좋은 발명품을 두고 흐물거리는 종이를 선택했을까?
몇 년 전, SNS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동영상은 여러 사람의 공분을 샀다. 바다 거북의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아주 깊숙이 끼어있었다. 그것을 사람들이 힘겹게 제거하고 바다로 다시 보내주는 영상이었다. 몇 분이나 지속되는 영상을 보고 사람들은 ‘거북이 불쌍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와 같은 말을 남겼다. 비슷한 영상으로 무인도에 플라스틱이 가득 떠내려가 쓰레기 섬이 되어버린 영상 역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분명 그때 사람들은 편의를 위해 인간들이 사용했던 플라스틱이 쓰레기이자 무기가 되어 자연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모습을 봤다. 꼭 저 두 가지의 영상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다양한 영상을 통해 기억해왔다. 무리한 일회용의 사용은 자연을 해치고 있다고. 그리고 얼마 전 종이 빨대가 도입되었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또 화를 냈다. 불편한 것이 이유였다. 지난 영상과 같은 이야기가 수없이 반복되는 동안 ‘불쌍’하다며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은 그 대안에 대해 다시 ‘불편’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의 불편은 때때로 어느 생명에게 존재 자체에 대한 위협을 가한다.
물론 현재의 대안으로 나온 종이 빨대 역시 바다 대신 산을 갉아먹고 있다. 아마 종이 빨대가 최종적 대체제가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또 다시 나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말 것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생활에서 점차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 나 하나 줄인다고 티가 나겠어? 라는 생각이 든다면 말을 조금만 바꿔보자. 나 하나 더 보태보자.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 철거, 더빙 영상에 대한 불만, 노년의 디지털 소외를 고려하지 않은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와 같은 사례들은 삶에서 기본적인 것조차 공유하지 못하게 되는 위협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나의 불편이 누군가의 편의와 효율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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