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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이십대에는 / 서른이 두려웠다 /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운 나이였다 / 삼십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하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하리라 / 죽음 앞에서 /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박우현‘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시인은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만 결국 아름답지 않은 나이가 없음을 노래했다. 시와 그리 친하지 않은 이들도 나이를 소재로 한 시에 곧잘 공감한다. 나이는 나만이 아닌,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때문일 게다.

나이는 친지간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위아래를 따지는 데 오랫동안 중요한 잣대였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마음을 트고자 할 때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으로 관계가 시작된다. 직장에서도 나이가 위면 직위를 떠나 대접을 하게 마련이다.‘나이도 벼슬’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나이를 두고 싸움이 벌어져 어찌됐다는 식의 사건도 곧잘 벌어졌다.

나이 듦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변했다. 가장 큰 요인이 급속한 고령화에 있다. 장수가 개인에게 축복이지만,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여기게 되면서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회갑연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요즘에는 칠순·팔순 잔치도 가까운 가족 행사로 치르는 게 태반이다. 노인 대접을 받았던 60대가 노인정이나 동아리 활동 등에서‘젊은이’로 통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다시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듦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예수에게 신의 왕국이 어떤 곳인지를 물으니, “그곳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단다. 시간은 고통과 불행의 정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신의 왕국이 아닌 사람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이 듦을 서러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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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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