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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돌봄이란 무엇인가?

소해진 사회복지사
소해진 사회복지사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모 돌봄을 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일 것이다. 물론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나 또한 부모 돌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치매로 쓰러지신 후부터 임종까지 돌봄을 했다. 이런 경험은 사적이면서도,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적이다. 2017년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노인 돌봄 당사자가 겪는 고충, 갈등, 해결 방법을 듣기는 쉽지 않다.

지난 2월 16일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에서 주관한 ‘비혼 여성, 부모 돌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부모 돌봄 당사자가 사례 발표를 했다. 나는 이 자리에 사례 발표자로 참여하였다. 당시 현장의 참여자들은 20여 명이었고, 열기는 뜨거웠다. 사례 발표는 크게 3가지였는데, ‘일과 돌봄의 양립/ 독박 돌봄, 전업(재가) 돌봄/ 노인 요양기관 이용’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언니가 있어 돌봄 노동을 적절히 분배했지만, 다른 두 명의 사례 발표자는 오빠가 있음에도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채 독박 돌봄하고 있었다. 한 참여자의 질문, “저는 남동생이랑 멀리 떨어져 있는데 동생은 돈만 주고 제가 다 처리하거든요. 앞으로 동생이랑 어떻게 부모 돌봄을 나눌 수 있을까요?” “서로 전화로 대화하면 감정이 상할 수 있어요. 카톡으로 했던 일을 공유하고 해야 할 일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좋아요”라고 사회자의 깨알 팁을 나누자, 탄성을 터뜨리며 좋은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혼 여성이 돌봄을 하는 경우 돌봄 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낙인이 존재한다. “네가 시집도 안 가고 쯧쯧쯧 느 오매를 모시고 살아서 쯧쯧쯧” 사례 발표자가 동네 어르신한테 들었던 말이다. ‘사람 구실도 못하는 것’이라고 동정하거나, 부모를 돌보고 있음에도 역으로 부모한테 의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비혼 여성은 자녀 세대의 돌봄 분배에 있어, 1순위임에도 이들을 보는 편견은 강고하다. 그 사이 국가 차원에서는 여성의 노동력을 값싸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이득을 보고 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부모 돌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가족한테 털어놓았을 때, 부담스러워하거나 책임의 문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홀로 떠안는 괴로움과 분노, 부모와 일상을 보내며 느껴지는 친밀감과 애정, 인간의 쇠락을 지켜보는 슬픔과 비애 등 복잡한 감정을 나누었다. 부모 돌봄을 하며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경력 단절, 소득 감소, 신체적인 고통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심리적 고립감이 크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사회를 겪었던 일본은 ‘가족회’라는 자조 모임이 전국에 3만 개나 될 정도로 활성화되어있지만 우리나라는 개개인 경험으로 국한되어 있다.

정부가 2017년부터 치매 국가 책임제를 주요 국정과제로 시행하고 있다. 노인 돌봄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여러 문제 또한 산적해있다. 무엇보다 돌봄 노동에 대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하여 제도를 점검해 볼 일이다. 우리의 모든 삶은 누군가의 돌봄을 통해 지금 여기 존재한다. 아프거나 아프지 않을 때와 상관없이 일상의 삶은 돌봄으로 채워져 있고, 그 역할이 특정인에게 쏠리지 않도록 감정과 물리적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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