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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민들레와 빗방울

칠흑 어둠을 깨는 천둥 번개, 간밤 요란했습니다. 하늘과 땅이 처음 생겨날 때도 그랬겠지요. 태아처럼 웅크렸었습니다. 방울방울 처마 끝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찰나인 듯 영원인 듯, 바닥에 닿아 산산이 부서집니다. 빅뱅 이전의 우주가 한 점 점이었다지요? 그렇담 폭발하는 빗방울도 퍼져나가 우주를 이루겠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갠 들녘에 민들레가 노랗습니다. 그 환한 현기증에 그만 주저앉습니다. 갓털에 싸인 홀씨가 빅뱅 직전입니다. 바람에 실려 갈 저 홀씨는 또 어떤 우주일까요? 봄 들녘, 한없이 작아져 묻습니다. 빗방울은 어디로 스몄을까요? 민들레의 영토는 어디일까요?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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