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법정기념일인 스승의 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기념할 날들이 유난히 많은 달이다.
특히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스승의 날에는 교실 아침 조회가 시작되기 전에 반 학생 전체가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며 담임 선생님의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곤 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라는 노래 가사처럼의 무한한 존경심은 아니어도 학생으로서 스승의 날을 기념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학교에서의 교사의 지위와 대우는 지금에 비하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교사를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교권 피해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가 있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전북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학부모가 난입해 수업 중이던 교사 머리 등을 손바닥으로 수차례 때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물려 ‘교원 침해 피해 특별계약’ 상품이 지난해 출시되면서 가입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 교권 침해를 인정받아 보험료를 지급받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요즘 학교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 보호돼야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보도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1만 5105건의 교권침해가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성희롱 및 성폭행하는 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초등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의 경우 2014년 25건에서 2018년 122건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597건에 달했다. 학생의 폭언과 욕설을 넘어 수업방해, 교사 성희롱, 폭행, 학부모의 교권침해 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15년 한국교원 총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퇴 신청 교원이 증가하게 된 이유로 교사들의 절반 이상(55.8%)이 ‘교권 하락 및 생활지도의 어려움에 대한 대응 미흡‘을 꼽았다. 학생인권만 강조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교권이 약화되고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지도권이 부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생은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있어서 교사의 권위가 높은 반면, 학생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했던 건 사실이다. 학생을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하나의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서 대하는 것에 소홀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학생인권이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학생의 기본적 인권보장에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2011년에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전라북도 또한 2013년에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후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대한 교사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민원들이 제기되고, 조례에서 보장하고 있는 학생들의 권리들과 교사의 수업권 충돌이 문제가 됨으로써 급기야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게 되었다.
그동안 학생인권이 소홀히 여겨진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감안했을 때, 비록 교사에 의한 인권침해에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조례에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경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조례에 담긴 내용에 대한 교육주체들의 이해 부족과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학생인권과 학생을 훈육하는 교사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억압을 풀어내는 방식의 대응이 아닌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보호되는 것이야말로 교육주체 자신들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다는 인식개선을 통해 타인의 인권과 권리가 존중되는 학교문화 정착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 요즘 학교현장에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인권감수성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주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 교육과 더불어 학생·교사·학부모의 인권, 교권, 위탁권에 대한 조화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교육청의 역할 또한 요구된다.
△인권·권리를 존중하는 학교문화 정착돼야
지난 2017년 부안의 상서 중학교 故 송경진 교사의 사례만 보더라도 교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바라보고 먼지 털이식 조사를 진행함으로써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기관이 어느 한쪽에 편향적일 경우 교육 주체들 간의 갈등은 심화될 수 있고, 각각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이해 대신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청의 현명한 역할이 요구되며, 그동안 상급기관의 교권침해 사례는 과소평가되고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그에 따른 해결책 제시 또한 필요하다.
올해 10월 학부모 등의 교권침해에 대해 교육감의 고발조치 의무화, 교권침해 학생 징계에 전학·학급교체 추가, 교권침해 학부모 특별교육 미 이수시 300만원까지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또다시 시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교원의 업무시간 이후 휴식보장을 위한 내용이 담긴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어느 정도의 효과성으로 나타날지는 의문이지만 사안이 발생하고, 그 심각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때 그에 맞는 법의 제·개정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무한한 경우의 상황에 대한 대응책과 함께 그에 맞는 구체적인 시행 규칙 등이 존재하지 않는 한 결국 법은 선언적인 의미만을 지닐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앞서 타인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정착하지 못한다면 계속적인 대책마련과 법령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교권 침해 사례는 지속적일 수 밖에 없다.
편향적이지 않은 교육행정의 바탕위에서 교육주체들의 관계가 갑을 관계가 아닌 서로가 가진 권리가 결국 한 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서로의 인권과 교권, 학생권, 부모의 위탁권이 존중 될 때 결국 교육활동이 활발해지고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권친화적인 학교문화조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며, 교권이 바로설 수 있는 기본적인 방안이다. / 박연수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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