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부지 평탄작업,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조성
군, 부서간 엇박자 행정에 지역 비난여론 거세
무주군의 한 체육동호인 단체가 무주읍 내도리 뒷섬마을 하천부지에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을 조성하면서 반딧불이 서식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무주읍 뒷섬마을은 무주 반딧불축제의 꽃, ‘반딧불이 신비탐사’를 진행해 오던 대표적인 늦반딧불이 출현지역이다.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된 반딧불이 보호를 위해 무주군은 무주읍 가림마을을 비롯한 3곳을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으로, 부남면 도소마을을 비롯한 5곳을 ‘반딧불이 다발생지역’으로 지정하고 서식환경 조성·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늦반디불이 탐사지역으로 지정된 뒷섬마을 역시 ‘반딧불이 다발생지역’이라는 안내판까지 세워놓고 차량 진입과 서식환경을 위해하는 각종 행위를 사전 차단하고 있으며 환경정화 활동과 주민 계도를 통한 농약살포 저감 유도 등 다양한 반딧불이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무주군 패러글라이딩협회가 착륙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평탄작업 협조공문을 무주군에 들이밀자 군은 덜컥 허가를 내줬고 협회는 지난달 장비를 동원해 신비탐사가 진행될 이곳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이는 무주군의 반딧불이 서식지 보호 정책과 반딧불축제에 정성을 쏟고 있는 주민, 공무원들의 기본정서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평탄작업이 끝나고 운동장처럼 벌거벗은 이곳에서 반딧불이 유충이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인근마을 이장 김 모 씨(43)는 “반딧불이는 무주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고, 반딧불이 신비탐사가 없는 반딧불축제는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다”면서 “서식지 주변 농업인들은 행여 반딧불이 유충들에게 해를 입힐까 하는 마음에 농약 사용마저도 자제하고 있었는데 저 모습을 만들어놨으니 몹시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무주군청 부서간의 엇박자 행정도 한 몫 거들었다. 반딧불이 서식구역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하지 못한 채 보호와 파괴, 두 가지 행위가 같은 곳에서 이뤄진 것이다. 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서식지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이와 밀접한 하천이나 임야, 농지 등을 관리하는 부서나 지정된 서식지 관할 읍·면 등에는 정작 정확한 구역통보를 게을리하는 등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못했다.
평탄작업을 허가한 안전재난과 역시 서식지 여부 판단을 위해 담당부서인 농업기술센터에 정확한 구역 확인을 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으며, 허가 이후에도 신청 민원인의 작업현황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점에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군 관계자는 “반딧불이 서식 보호구역과 탐사구역 미숙지, 업무협조 미흡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였다”며 “현장의 토사를 정리하고 활착이 좋은 민들레 파종과 살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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