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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다문화여성 인권사각지대 ‘남일’ 아니다

도내 이주여성 비율, 인구대비 높아…맞춤형 정책은 부족
언어·문화 갈등과 폭력 노출 위험…인권문제 종합대책 수립 필요

#1. 완주에 사는 베트남 이주여성 A씨(28)는 지난해 5월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남편이 A씨의 온몸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해 얼굴이 찢어지고 팔이 부러졌다. 현장에서 발견된 A씨는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았고, 배우자는 구속됐다.

폭행의 원인은 ‘한국말 습득이 느리다’는 이유였다. 구속된 남편은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아내가 자신의 말을 수차례 무시해 폭행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항변했다.

#2. 김제로 시집온 베트남 이주여성 B씨(29)는 23살때인 지난 2013년 시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결혼한 지 불과 6개월 뒤였다. 처음엔 몸을 만지고 입을 맞췄지만 다음날 시아버지는 그를 차에 태우고 숙박업소로 강제로 끌고간 후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남편 가족은 재판에서 B씨가 한국말이 서툰 것을 악용해 그가 시아버지를 유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시아버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최근 전남 영암에서 벌어진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사건이 온 국민의 공분을 산 가운데 다문화여성 인권사각지대가 ‘남의 지역 일’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북은 특히 인구대비 이주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북지역 이주여성은 1만165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여성이 35.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중국 34.6%, 필리핀 11.0%, 일본 5.5%, 캄보디아 5.2%, 몽골 1.1%, 태국1.3% 등이었다. 이외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기타 지역에서 온 여성은 6% 정도다.

지자체와 인권센터가 파악한 다문화가정 폭력은 2016년 41건, 2017년 20건, 지난해 18건, 올해 6월까지 11건 등으로 파악됐지만, 실제는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말이 서툴고 의지할 곳이 없는 이주여성들의 특성 상 신고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언어와 문화로 잦은 갈등과 폭력에 노출되는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를 위한 정부와 도 차원의 이주여성인권문제 종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관계자는 “이주여성들이 폭력문제에 노출되는 이유는 사실상 아내를 한국에서 추방시킬 권력이 남편에게 있기 때문”이라며“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현행법상 비자 연장과 영주권 신청에 있어 절대적인 권력을 남편이 행사할 수 있는 부조리한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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