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쓸쓸한 등

점심시간이면 몰래 쪽쪽 쪽 수도꼭지를 빨았더랍니다. 배부르다 배불러! 최면을 걸었지만 오그라드는 등은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점심때 먹은 고구마가 얹혔나? 저녁엔 굶어야겠다, 닥닥 쌀독 긁어 지은 밥 식구들 다 퍼주고 부엌으로 나가시던 등 고부라진 어머니는 더 오래된 전설이었습니다.

때로는 시침 뚝, 뗍니다. 시름을 감추고 한숨을 숨깁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닌 척 세상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여도, 쓸쓸한 등은 끝내 어쩌지 못합니다. 저기 한 사내가 앉아있네요. 면목 없다는 듯 의자 끝에 궁둥이 살짝 걸치고 있습니다. 수그린 등이 어쩔 수 없어 흔드는 백기 같습니다. 세상을 받아내는 방패 같습니다.

빈 지게가 더 무거운 법! 돌아가 식솔 앞에 쌀 한 말 부릴 수 없다는 듯 빈 가방 밀쳐놓은 저 사내, 사각의 링 위에 수건 던지고 온 복서 같습니다. 저물기를 기다려 허청허청 귀가할 것입니다. 시월 상달, 오늘은 달도 없는 그믐입니다. 먼 옛날 아버지, 마당에 나락 한 짐 부려 놓는 가을 저녁 허엄 험 연신 헛기침을 하셨지요.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7명 매몰 추정"

정치일반전북도, 관광 슬로건 공모 ‘HEY! 전북여행’ 최우수상 선정

영화·연극제4회 민족민주전주영화제 14일 개막

완주‘모악산 웰니스 축제’서 힐링‧낭만을

장수장수군, 홍보대사 최재명 참여 홍보송 ‘장수좋다’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