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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두 오빠 억울한 죽음” 전주 유족, 진상규명 호소

고 한종호·보만 형제 유족, 신민당 활동 따른 ‘정치 보복’ 주장
“당시 경찰 수사 서둘러 종결” 수사·병원기록까지 없어 의구심 증폭

2일 전주시청에서 고(故) 한종호·한보만 형제의 유가족(왼쪽)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관계자가 1970년대 전주지역 과거사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2일 전주시청에서 고(故) 한종호·한보만 형제의 유가족(왼쪽)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관계자가 1970년대 전주지역 과거사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1970년대 신민당 활동을 하던 두 오빠가 정치활동으로 억울하게 숨졌습니다. 보복이 두려워 이제야 진실규명에 나섭니다.”

전주시민이였던 고 한종호·한보만 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10대 청년이었던 두 오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이 된 형제의 막내여동생 한루비(52) 씨에 따르면 큰오빠(종호)와 둘째오빠(보만)는 당시 중학생때부터 3~4년째 신민당 활동을 해왔다.

한루비 씨는 “형제가 잡일부터 시작해 지역에서 신민당 고위관계자들도 수행하고, 당내 의원들이 유망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라며 여행, 식사자리 등을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며, “특히 큰오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당시 신민당 측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섰을 때 벽보를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선거 홍보를 도왔다”고 했다.

1971년 큰오빠 종호씨는 당시 전주 금암고의 전신인 숭실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한 직후였고, 둘째오빠 보만씨는 전주 영생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큰오빠 한종호 씨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1971년 4월 2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지 이틀 후(4월 29일)였다.

유족 측은 “4월 29일 밤 9시가 넘어서 마을 어르신이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오더니 ‘큰오빠가 3∼4명의 괴한한테 맞고 있으니 얼른 가보라’고 했다”며, “큰오빠보다 3살 위였던 큰누나 등이 현장에 도착해 소리지르자 괴한들이 도망갔다”고 했다. 괴한들로부터 벽돌로 머리를 맞는 등 무차별 폭행을 당한 큰오빠는 입원 치료와 요양에도 한 달도 안 돼 숨을 거뒀다.

한루비 씨는 “상태가 악화되자 당시 류청 국회의원 등 신민당 관계자들이 병문안을 오기도 했다”면서, “입원 중 괴한들이 찾아와 큰오빠에게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 ‘신민당 활동을 그만두라’는 등의 협박을 했고, 큰오빠 역시 사망 직전 ‘진실을 묻겠다’며 자신이 갖고 있던 문서, 서적들을 모두 태워버려 부모님이 울며 말리기도 했다”고 했다.

큰오빠의 사망 후 3년 뒤인 1974년 1월 신민당 활동을 했던 작은 오빠 보만 씨도 고향인 임실군 운암면의 한 냇가 빙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두 오빠의 사고 현장에 경찰관들이 왔으나, 수사를 서둘러 종결했다”며, “3년 전부터 오빠들이 다녀간 모교, 경찰서, 병원, 국가기록원 등에 수차례 자료를 요청했지만 모두 ‘부존재’했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이 누군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강한 의구심을 보이며, 두 오빠는 지역 정치폭력세력에 보복당했다고 더욱 확신하는 이유다.

이들은 “당시 민주공화당 소속의 괴한들에 의해 발생한 24건의 폭행 사망 사건을 알게 됐고, 일부는 재심을 통해 유죄가 확정됐다”며, “두 오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올바른 판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제보를 당부한다“고 했다.

이날 유족들은 전주시청을 통해 진실화해위원회에 형제에 관한 사건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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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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