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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문사철 위기

도내 대학 문사철(文史哲) 학과 통합하거나 폐과
시장논리 팽배로 취업률 감소, 정부 정책방향 때문
학생수도 계속 줄어… 올해 입학정원 미달사태도

전북 대학가에서 문학·사학·철학 등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학과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취업률을 중시하고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는 시장논리가 대학에 팽배해지면서 이 학과들이 인문사회계열 내에서 통합되거나 폐과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학과들이기도 하고 학과 학생수 감소도 이같은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광대학교는 지난 2017년 고고미술사학과와 사학과를 역사문화학부로 통합했다. 정부의 프라임 사업에 따라 학생 선발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은 사회와 산업의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들에 2016년부터 3년 간 총 6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인문·예체능계를 줄이고 이공계를 늘리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다.

올해 들어 신입생 수도 줄었다. 원광대 관계자는 “지난해 충원률을 100%로 볼 때 올해는 70%정도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군산대학교는 지난 2015년부터 사학과와 철학과를 합쳐 역사철학부로 합쳤다. 인문학의 위기에 따른 전략적인 통합이다. 곽장근 교수는 “학생들의 취업과 장례, 연구 프로젝트 수행역량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합쳤다”고 밝혔다.

올해는 학생 모집도 여의치 않았다. 군산대 관계자는 “역사철학 등 인문계열이 사회과학계열보다 신입생 모집이 수월하지 않다”며 “구체적으로 숫자는 말하지 못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학생수가 미달됐다”고 밝혔다.

우석대 역사교육과는 지난 2017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교원 자격증 축소 방침을 세운 뒤, 사범계 학과 전체 입학 정원을 줄인데 따른 영향이다.

전주대는 생존 전략 차원에서 계속 역사학과를 변형시켜왔다. 지난 1989년은 역사교육과, 1995년 사학과, 1999년 한국학 전공, 2001년 역사문화전공, 2009년 역사문화콘텐츠 전공, 2013년 역사문화콘텐츠학과 순이다. 전주대 관계자는 “역사교사 임용수와 사회변화, 학생들 요구에 따라 학과명과 커리큘럼을 계속 변화시켜 미달은 막은 것으로 보인다” 면서도 “사회적 분위기나 인문계열 취업률, 출산율을 고려할 때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북거점 국립 대학인 전북대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입시에서 사학과, 고고문화인류학과, 철학과 등 인문계열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려는 경우가 줄고 있다.

전북대 철학과 출신인 A씨는 “대다수 학생들이 취업이 잘 되는 학과와 같이 복수전공을 하고 있으며, 아예 전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인문계열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토로가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학교에서 학과 통합이나 폐과를 하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오는 연구 인력들의 자리를 축소시킨다”며“문사철 박사출신 실업자들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고 토로했다.

B교수는 “안타깝지만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자치단체의 지역사 연구경향이나 기업의 수요에 맞춰 커리큘럼을 실용적으로 개선하는 방향도 필요해 보인다”며 “취업이 일정부분 안정되면 학생들이 찾는 학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희 예원예술대 교수(전 전주역사박물관장)는 “지방대학 인문학 분야가 무너지고 있을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있다”며“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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