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풋땅콩’ 아이템…농사 매개 ‘지역 가치’ 알리고파
코로나19로 비대면, 디지털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면서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근접을 넘어선 ‘직주일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주일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대도시의 비싼 집값과 긴 출퇴근 시간은 매력도를 반감시키는 요인들이다. 이들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지역으로 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역을 살리는 이들이 있다. 우린 이들을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적 특성에 아이디어를 접목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업가들을 말한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지원하고 있다.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떠오른 전북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찾아 그들의 슬기로운 지역 생활을 들여다봤다.
“지역의 장점이요? 지역엔 자원이 많아요. (밖을 가리키며) 저 풀도 다 파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파느냐에 따라 다른 거겠죠. 쑥이 땅콩밭에 나면 잡초지만, 쑥을 캐는 사람에겐 판매 상품인 것처럼요. 결국 자원을 어떻게 가공하느냐 판매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청년농부 이누리(30) 고창이엠푸드 실장은 최근 자신만의 사업을 일궈나가기 시작했다. ‘로컬에 미치다’라는 뜻의 ‘로꼬로꼬’를 창업한 것. 고창이엠푸드는 그의 아버지 이경수(63) 씨가 세운 영농조합법인이다. 친환경 EM(유용 미생물) 농법으로 땅콩을 재배한다. 현재 농가 62개가 참여하고 있다.
이누리 씨가 대표로 있는 로꼬로꼬의 아이템은 냉동 판매하는 ‘삶은 풋땅콩’이다. 알이 굵은 신팔광 등 3~4가지 땅콩 품종을 이용한다. 삶아 먹는 땅콩이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전국에서 재배하는 국산 땅콩 60%가 풋땅콩으로 소비된다고 한다. 30%는 볶음땅콩, 10%는 가공용으로 소비된다.
이 대표가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온 건 2016년.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수산대에 진학할 때만 해도 자신이 고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농사에 ‘농’자도 몰랐어요. 대학에서 선배들에게 삽질을 비롯한 각종 농기구 다루는 법부터 배웠어요.”
대학을 졸업한 뒤엔 농촌진흥청에서 토양식물체분석 연구원으로 4년간 근무했다. 그는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을 현장에 접목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을 때 농사, 농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아버지를 도와 다양한 품종을 연구·재배하고, 고창 토성에 맞게 두둑 재배법을 도입하는 등 국산 땅콩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이제는 농사를 매개로 ‘지역의 가치’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지금은 소비자에게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방법,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지역 활성화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
“대부분 마을 어르신들은 소농이기 때문에, 작은 평수에서 고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어요. 풋땅콩을 판매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죠. 가능하다면 일자리 문제는 마을 안에서 풀고 싶습니다. 이것이 자주 언급되는 지방 소멸을 막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도시 생활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물었다. “전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수원에서 첫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도시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별다른 로망이 있진 않아요. 김포에서 수원까지 왕복 5시간 출퇴근을 경험해봤으니까요. 도시 생활과 시골 생활 모두 근본적으로는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해가 뜨면 밭에서 일하고, 해가 지면 공장에서 일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실전’이다. 그럼에도 지역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리틀>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많이 왔으면 해요. 농업과 연계된 사업이나 직업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시골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만 잘한다면, 기회는 정말 많기 때문에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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