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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을 꿈꾸고 있을 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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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언제 그랬냐는 듯 추위는 지나가고 따뜻한 날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 추세도 점차 감소하고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3년 만에 되찾은 일상생활과 함께, 5월 가정의 달과 시기도 맞물려 야외로 나온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여럿 보인다.

가정의 달의 대표적인 날인 어린이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탄압받던 어린이 인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22년부터 시작된 어린이날은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으며, 1975년에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오늘날에는 다 함께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날이 됐다.

어린이를 위해 앞으로도 맞이할 어린이날과 어린이 관련 많은 행사 및 이벤트가 마련될 것이지만, 이를 모든 어린이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루 이틀, 하물며 어린이날조차도 힘들고 고통 속에서 보내게 하는 ‘아동학대’가 여전히 극성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계속해서 증가한 아동학대는 보건복지부(2020년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체 3만 건을 돌파했으며,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4만 2천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결국 2020년 10월 참혹한 아동학대 살인 사건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다. 입양 당시 8개월의 여자아이를 장기간 학대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정인이 사건 이후 지난해 3월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즉시 피해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도입됐으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도입 첫해 만에 즉각 분리가 1천43건이 시행됐고 이 중 94%(982건)가 실제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되는 등 아동학대를 근절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피해 아동에 대한 조치도 문제다. 피해 아동 상황이나 지자체 여건에 따라 학대 피해 아동 쉼터, 일시 보호 시설, 위탁 가정 등으로 보내지는데, 대표적인 보호 시설인 쉼터의 보육교사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등 낮은 처우 때문에 인력 확보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이직률이 높고 채용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지자체별로 인력과 재정도 제각각으로 운영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는 온전히 피해 아동들에게 돌아간다.

또한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구타나 폭력에 의해 신체적 손상을 유발하는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인격이나 감정을 손상하는 정서적 학대, 유사 성행위이나 성매매를 강요시키는 성적 학대, 무책임한 방임 등이 동반되는 정신적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아직 인격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동이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겪는다면 더욱더 치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해당 아동이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된 이후 비행을 일삼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간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아동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함과 동시에, 존엄성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다. 더불어 아동학대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아동학대 전체 건수를 감소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피해 아동이 가정과 분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이후 조치의 부족한 점을 메꿀 수 있도록 면밀한 지원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왔는가. 특별하진 않았지만 따뜻하고 즐거웠다면, 주위 아동들에게 온정을 나눠주는 건 어떨까. 학대 피해 아동들은 특별함이 아닌 관심과 보살핌으로 평범함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임지환 원광대 신문방송사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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