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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와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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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미술축제는 단연 베니스 비엔날레다. 세계 미술의 흐름과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이 미술축제는 역사로도 그렇거니와 특정한 주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언어와 형식으로 예술세계를 과시하고, 국가마다 선정한 대표작가와 작품을 통해 역량을 겨루는 특별한 형식으로 위상을 지킨다.

지난 4월 개막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역시 새로운 미술사를 더했다는 평가다. 올해 가장 큰 특징은 여성 작가들의 부상이었다. 본 전시에 초청된 58개국 213명 작가 중 90%인 192명이 여성작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가상의 시몬 리와 영국 국가관을 대표한 소니아 보리스가 모두 흑인 여성이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6개월 동안의 긴 여정을 마무리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히 관심을 모은 한국 작가의 전시회가 있다. 원로작가 전광영의 개인전이다. 그의 개인전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 전시’ 로 선정됐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기간에 230명이 넘는 작가들이 개인전을 열었지만, 이 중 주최 측의 병행 전시 타이틀이 주어진 전시는 20여 명. 그중에서도 생존 작가는 4명뿐이라니 특별한 관심이 모아졌을 만하다.

전광영 개인전이 열린 기간은 7개월, 이동안 관객이 10만 명이나 다녀갔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의 개인전을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지 작가로 불리는 그가 작업의 중심에 세워온 한지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다. 그의 오랜 대표작 <집합> 시리즈는 고서와 한지를 활용한 입체 회화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한지를 활용한 부조와 설치작품 40여 점으로 베니스를 찾아온 관람객들을 불러들였다. 한지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 결실은 또 있었다. 이탈리아 건축의 거장 스테파노 보에리가 전광영의 작품을 재해석해 설계하고 현장에서 건축했다는 ‘한지 하우스’다. 새로운 재료로써 한지의 쓰임이 다양하게 시도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지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실 한지가 현대미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이제는 자신의 작업에 맞는 한지를 구하기 위해 주문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을 직접 찾아오는 작가들도 늘고 있다. 그 덕분에 한지가 미술에서 좋은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해온 전문가 중에는 미술재료로서의 한지, 특히 외국 작가들이 필요로 하는 재료로서의 한지를 연구하며 생산에 나선 사람들도 있다.

한지의 우수성이 증명되면서 다양한 쓰임을 위한 재료로서의 실험이 그만큼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지 산업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지의 쓰임을 주목받은 베니스 비엔날레의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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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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