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령고 제49회 졸업식장서 이 교사의 ‘깜짝 이임식’
재학생·졸업생 "실력파이자 좋은 추억 만들어준 스승"
지난 10일 진안 마령면 소재 마령고 강당에서 열린 제49회 졸업식에선 식순에 없던 순서 하나가 추가돼 식장을 훈훈하게 했다. 다음 달 초부터 다른 학교로 전근하는 장기근무 교사 한 명의 이임식이 그것. 주인공은 역사 담당 이상훈 교사. 이상훈 교사는 이날 재학생들이 만든 동영상 속 주인공이 돼 ‘깜짝 이임식’을 강제(?)로 치러야 했다.
이날 이 교사는 8년 동안 마령고에 근무하면서 두터운 정을 쌓아 왔던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는 물론 그 밖의 지역 주민들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13분 분량의 이임식 동영상 속에는 재학생들은 물론 8년 전부터 이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은 일반인 제자들이 보내는 영상편지와 그동안 이 교사의 발자취가 가득 담겼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이 교사에 대해 교과목(역사)을 잘 가르치는 실력파이자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스승으로 기억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히고 있다.
졸업한 제자들의 기억은 “수능 국사만큼은 만점”이라거나 “힘들고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쌤(이상훈)” 등이 주류를 이룬다.
제자 최민규(군인) 씨는 “3년 내내 우리들 한명 한명을 소중히 여기고 잘 챙겨주셨던 모습이 생생하다. 마령고를 발전시키고 높이 올라가게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제자 김수연 씨는 “마령고 하면 이상훈 쌤, 학교를 생각하면 이상훈 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쌤 없는 마령고는 상상할 수 없다. 정말 그리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웅진 총동창회장은 “마령에 주소를 둘 정도로 마령 사랑이 깊은 최고의 선생님, 최고의 교육자가 떠나신다니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순 학교운영위원장은 “참스승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요즘 세상에 옛날 스승님을 떠오르게 하는 분이다. 지역민의 섭섭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이임사에서 “8년의 추억이 어린 마령고와의 인연은 한 달간 임시교사로 근무했던 1988년부터(임시교사) 시작됐다. 나는 10회 졸업생과 나이가 같으니 10회 명예 졸업생으로 인정해 주면 고맙겠다”며 애정을 표하고 “지난해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인 ‘개교 100주년을 준비하는 마령고’라는 자세로 나아간다면 비록 인구 절벽의 시골학교지만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다음 달부터 전주시 소재 전라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겨 근무한다.
전북대 사범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한 이 교사는 1989년 진안고에 초임 발령을 받아 교편을 잡았다. 33년 교직 생활 동안 <진안, 가슴으로 담다>, <진안의 마을 신앙>, <진안의 마을 유래>, <진안지역 돌탑>, <진안의 마을숲>, <전통문화의 이해>, <생태전환시대 생태시민성 교육>, <전북 산간지역 공동체 신앙>, <이상훈의 마을 숲 이야기>, <마을 생활> 등 10권 넘는 책을 써 ‘책 쓰는 교사’로 인식된다.
마령면에 주소를 둘 정도로 마령지역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 온 이 교사는 진안 동향면 출신 배우자(교사)와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진안에서만 20년을 근무, 스스로 진안사람임을 자처하고 있다.
현재 진안문화원 부원장을 맡을 정도로 진안문화를 속속들이 알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현재 전라북도교육청 지정 ‘혁신 더하기 학교’인 마령고는 1972년 3월 개교해 모두 3242명의 졸업생(올해 19명 포함)을 배출했다. 성공한 동문들이 모교 발전에 관심이 많아 학교발전기금이 풍족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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