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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곽재식'한국 괴물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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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괴물 백과 표지/사진=교보문고 제공

역사 동화를 즐겨 써온 내가 언젠가 꼭 써보고 싶은 것은 환타지 동화이다. 지금껏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를, 흡입력 넘치는 구성으로 엮어, 어린 독자들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작품을 쓰는 게 내 오랜 꿈이다. 

하지만 언제나 내 상상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구상했던 이야기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곤 했다. 갈 곳을 몰라 방황하던 그때 선물처럼 다가온 책이 바로 <한국 괴물 백과>이다.

이 책에는 곽재식 작가가 16년간 채집한 한국의 괴물 320종이 수록되어 있다. 18세기 이전 기록에서 찾아낸 것으로, 원전을 밝히고 있어 자료를 찾느라 고생했을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다양한 괴물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신기하고 괴상한 괴물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선조들의 혜안이 감탄스러웠다. 

작가는 괴물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괴물이 등장한 배경을 추측해보고 괴물을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는지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괴물 ‘강철’은 커다란 소, 말이나 용을 닮았는데 늪 속에 산다. 뜨거운 기운이 있어 늪이 달아오르는데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바닷물조차 끓어오른다.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어 빠르게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사람을 헤치기도 하고, 논과 밭을 헤집고 다녀 가뭄이 들게 한다. 

실제로 산 능선에 앉아있는 ‘강철’을 꽹과리와 징을 쳐서 쫓아내는 풍속이 있었고, 1957년에는 강철을 보았다는 내용이 신문에 보도된 적도 있었다. 

작가는 농사일을 괴롭히는 사람이나 상황을 상징하는 강철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거나, 전쟁의 무기나 쇠붙이를 상징하는 강철이라는 말에서 괴물의 이미지가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추측한다. 

만약 괴물 ‘강철’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번개나 우박을 마음대로 날리는 무시무시한 존재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괴물로 설정하면 어떨까 싶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요즘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괴물은 백성의 말을 먹고 자란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괴물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을 떠올리며 괴물을 이해하는 것도 흥미로운 방법이다. 『한국 괴물 백과』에 등장하는 괴물 속에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시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세상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조상들의 삶의 방식이나 세계관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우리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드는데 이 책이 소중한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책 속의 괴물과 함께, 어울려 놀고, 씨름하다가, 어르고 달래며, 소망하는 멋진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과 이다 생명문화 출판 콘텐츠 공모전에서 상을 받고(공동수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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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괴물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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