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파사무용단 기획공연 ‘개남’ 작품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김개남 장군의 투쟁 몸의 언어로 풀어
동학농민혁명 지도자들을 형상화한 뮤지컬이나 전통 공연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로 다시 만난 김개남 장군의 모습은 분명 색달랐다.
지난해의 마지막 날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선보여진 파사무용단의 현대무용 작품 ‘개남(開南)-우지개에 가려진 세상을 다시 열다’는 익숙한 역사적 서사를 벗어나, 한 혁명가의 내면과 시대의 질문을 몸의 언어로 풀어낸다.
1894년 갑오년, 조선 팔도의 농민들이 일제히 일어섰던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에는 전봉준과 김개남이 있었다. 작품은 이 가운데서도 새로운 세상 건설을 누구보다 서둘렀던 김개남 장군의 고뇌와 투쟁, 좌절에 집중한다. 그가 염원했던 세상은 끝내 완성되지 못했지만, 무대는 그 미완의 과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조용히 환기한다.
공연은 설명을 앞세우지 않는다. 반복되는 동작과 긴장감 있는 호흡,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무용수들의 몸은 억압받는 농민의 형상이 되고, 저항의 선으로 변주된다. 집단 군무에서는 동학농민군의 연대와 결의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4장 ‘그리하여 죽창을 들다’였다. 무용수 전원이 붉은 죽창을 들고 펼치는 격렬한 춤사위는 당시 농민군의 결단과 열정을 응축해 보여준다. 강렬한 에너지 속에서도 현대무용 특유의 섬세한 춤사위가 살아 있으며, 동작이 세밀해질수록 관객은 몸을 숙여 무대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무대 위에 특별한 구조물은 없었지만, 영상 디자인은 작품의 정서를 촘촘히 완성했다. 빛과 이미지의 변화만으로 시대의 긴장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며, 무대와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호흡했다.
‘개남(開南)’은 김개남 장군을 영웅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시대의 부당함 앞에서 행동했고 변혁을 꿈꿨으나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혁명가로 그를 다시 불러냈다.
황미숙 파사무용단 대표는 “전주에 내려와 공연을 시작한 지 5년째로, 지역의 민주주의 정신과 역사적 토대가 있었기에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며 “자료와 기록이 많지 않은 김개남 장군을 작품화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역사적 진실이 조금이라도 더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시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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