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초과 반복…측정 방식도 ‘눈속임’ 논란 의무는 있지만 처벌 없어…형식적 규제 지적 전북도 조례 추진…실효성 확보가 관건
전북지역 상당수 공동주택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어 관리가 사실상 방치되면서 도민들이 폐암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실내공기질 권고 기준인 148Bq/㎥를 초과하는 라돈 농도가 다수 주거시설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부 측정 지점에서는 192Bq/㎥에 달하는 수치도 보고됐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장기간 흡입 시 폐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이다. 특히 밀폐된 실내에서 축적될 경우 인체 위해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관리 체계의 허점이다. 현행 제도는 라돈 측정 의무는 규정하고 있지만, 기준 초과 시 처벌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건설사나 관리주체가 적극적으로 개선에 나설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측정 방식 역시 논란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환기를 실시한 뒤 측정을 진행해 수치를 낮추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환기 전에는 기준치를 초과했지만, 환기 후 재측정에서는 정상 범위로 나타나는 사례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측정 방식이 실제 거주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라돈은 밀폐 상태에서의 장기 노출이 핵심 위험 요인인데, 환기 후 수치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건강권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입주민들은 “기준 초과 자체가 문제인데 단순히 환기하면 괜찮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상시 환경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도민의 일상 공간인 집이 ‘보이지 않는 방사능 위험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북도의회는 실내공기질 관리 강화를 위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측정·공개·점검 체계를 구체화하고, 기준 초과 시 시설 개선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 역시 ‘권고’ 수준에 그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제력이 없는 규제는 결국 형식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권고를 넘어 기준 초과 시 개선 의무와 제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내 한 환경 전문가는 “라돈은 조용히 축적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라며 “측정 방식의 표준화와 함께 처벌 규정까지 포함한 실질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식적 규제를 넘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라돈 공포는 일시적 논란이 아닌 구조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