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전주 동암고등학교에는 조금 특별한 발걸음이 더해졌다. 휠체어를 밀어주는 손길, 나란히 보폭을 맞추는 걸음, 그리고 말없이도 전해지는 미소가 학교 곳곳을 채웠다.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동암고 학생회가 마련한 ‘같은 생각, 같은 시선’ 봄나들이 행사에는 동암재활원 소속 장애인 50여 명이 초대됐다. 이날 교정은 단순한 학교 공간이 아닌, 서로의 마음이 오가는 따뜻한 길이 됐다.
학생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꽃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함께했다. 처음에는 어색함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손을 내밀고, 눈을 맞추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학생회장 오유찬 학생은 “휠체어를 밀며 함께 걸었던 시간은 ‘같은 생각과 같은 시선’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느낌보다, 같은 길을 함께 걷는다는 느낌이 더 컸다”고 말했다.
행사를 지켜본 오현철 교장은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고르기도 했다. 그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우리 학생들이 함께하는 가치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이 모습이야말로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따뜻한 빛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같은 생각, 같은 시선’은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학교 설립자의 뜻을 잇기 위해 매년 이어지는 행사다. 단순한 체험이나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 동암고는 느린 보폭 속에서 학생들과 참여자들은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라는 이름은 한층 더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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