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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호 선임기자 천연가스는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땅속에 묻혀 있는 가스를 말한다. LNG(액화천연가스)는 이 천연가스를 그 주성분인 메탄을 -162℃ 이하로 냉각하여 액화시켜 압축한 것이다. 화석연료의 단점인 미세 먼지및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알려져 있다. LNG에 대한 인식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규제 강화와 탄소 중립의 탈석탄 정책 기조 등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을 오는 2050년 완전히 이룰 때까지 LNG는 향후 30년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로 평가된다. 이 LNG를 항만을 통해 수입, 저장하고 재기화된 고압기체 천연가스를 전국으로 수송하는 하역기화저장송출설비를 갖추고 있는 시설이 LNG터미널이다. LNG터미널을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 산업발전분야는 다양하다. LNG냉열을 이용한 콜드체인 물류시설 구축과 발전소 건설및 수소 밸류체인구축 등... 콜드체인이란 온도 관리가 필요한 제품의 포장운송취급저장배달 등 유통 과정 전반에서 품질과 안전을 보장하는 저온 유통 시스템이다. LNG냉열은 LNG 기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신선화물의 보관을 가능케 함으로써 콜드체인은 농축수산물식료품화학제품의약품전자제품화훼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 냉열이용 발전은 물론 연료전지 발전도 가능하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성하는 미래 동력원으로 친환경적이다. 특히 천연가스 개질수소인 블루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으로 이어지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함으로써 수소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 LNG터미널은 미래 청정에너지 산업발전을 가름하는 기반시설인 셈이다. 또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규제 강화와 함께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과 항만지역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해부터 시행됨에 따라 LNG 추진선박이 증가할 것인 만큼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벙커링을 위한 LNG 터미널은 항만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 그런만큼 항만을 끼고 있는 전국 각 지역은 청정 에너지 산업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터미널 건설과 증설에 부산하다. 평택인천통영삼척제주에 LNG 터미널이 운영되고 있고 2025년에는 당진에도 터미널이 들어선다. 부산항과 울산항에는 LNG 벙커링 터미널이 건설될 예정이고 전남 여수에는 동북아 액화천연가스 허브 터미널 건설이 추진중이다. 광양항에서는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민간 LNG 터미널이 건설됐다. 전북은 LNG 터미널과 관련, 침묵만 흐르고 있다. 수소항만수소경제친환경탄소중립 등 용어만 현란하게 난무할 뿐이다. 전북이 LNG터미널을 기반으로 한 청정 에너지 산업에서 낙후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익산 국가식품 클러스터 및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 밸리와 연계한 농식품 특화 항만구축을 위해서라도 LNG터미널의 건설은 필수적이다. 전북을 미래 청정에너지 융복합거점으로 조성키 위해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새만금 신항만의 기본계획에 LNG터미널의 건설을 반영, 조속히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삽화 = 정윤성 기자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꾼 것과 달리 20여년 전 국민들을 안방에 잡아 놓은 것은 사극(史劇) 이었다. 잡아 놓았다는 표현보다는 자발적으로 TV 앞에 앉아 사극에 몰입했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사극은 1980년대부터 방영되기 시작했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였다. 사극 붐을 주도한 것은 드라마 허준 이었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조선 중기 의학자 허준의 일생과 동양의학에 관한 이야기를 1999년 11월부터 2000년 6월까지 64부작으로 다룬 드라마 허준은 63.7%라는 역대 사극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평균 시청률이 48.4%에 달할 정도였다. MBC가 제작한 드라마 허준과 쌍벽을 이룬 사극은 KBS의 태조 왕건이다. 2000년 4월부터 2002년 2월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방영된 사극 태조 왕건은 60.2%의 최고 시청률로 드라마 허준의 뒤를 이었다. 방영 기간이 허준보다 세 배나 긴 200부작의 대작이었다. 태조 왕건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지만 한 쪽 눈에 안대를 낀 궁예와 비운의 후백제 견훤왕의 인기가 높았다. 드라마 허준과 태조 왕건에 이어 대장금, 주몽, 여인천하, 용의 눈물, 장희빈, 해를 품은 달 등이 40%가 넘는 시청률로 안방 사극 붐을 이끌었다. 후삼국 시대와 고려 통일의 과정을 다룬 사극 태조 왕건의 주인공은 왕건과 궁예, 그리고 후백제의 왕 견훤이다. 지금의 경북 문경 출신인 견훤은 신라 말기의 혼란했던 시기 전주에 후백제를 세웠지만 아들의 반란으로 자신이 세운 나라의 문을 스스로 닫아야 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견훤왕 관련 유적지는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는 물론 경상도와 충청도 일대에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 갈전리에는 견훤의 탄생지로 전해지는 금하굴과 견훤의 사당인 숭위전이 자리하고 있다. 경북 상주시에도 견훤사당과 견훤산성이 있고,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에는 견훤왕릉이 자리잡고 있다. 후백제의 왕도였던 전주에도 동고산성과 남고산성, 중노송동 인봉리 등 유적지들이 있다. 그러나 고려 통일 이전 후삼국 시대의 한 축이었던 후백제의 역사문화는 다른 역사문화권과 달리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26일 전주에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가 발족했다. 전주시와 완주장수진안군,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 충남 논산시 등 후백제 문화유적을 보유한 7개 시군이 참여했다. 전라경상충청이 함께 뭉친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는 후백제 역사문화의 체계적 정리와 위상 정립, 관광자원화 등에 나설 계획이다. 후백제 문화유산 실태조사와 유적 발굴, 후백제 역사문화권의 법제화 등 할 일이 적지 않다. 여기에 더해 망국적 지역주의를 깨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일이다.
의뢰인은 전세 주택 임대인이다. 내년 초에 임대 계약기간 2년이 지나,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의뢰인은 만약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청구할 경우,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더 받고 싶다고 한다. 의뢰인은 보증금을 인상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보증금을 인상해 계약을 갱신할 경우에도 추가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답을 하는 경우가 잦다. 위와 같은 질문이 그러한 대표적인 예이다.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차임 증감 청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사정 변동으로 약정 차임이 적절하게 아니 된 때에 그 증감을 청구할 수 있고, 증액의 경우 임대차 계약 또는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하고, 그 금액은 5%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것이 내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임대인이 증액을 요청하고, 임차인이 싫다고 했을 때, 임대인이 할 수 있는 조치가 있을까? 예전 같으면 나가라고 하면 됐지만, 어차피 법으로 보장된 임대차 계약 기간은 2년에 갱신 2년을 더한 4년이다. 1년이 지나 증액을 요구해도, 임차인은 이에 답을 하지 않고, 2년 만기 전에 계약갱신을 청구하면 그만이다. 차임 증감 청구권은 5% 이내에 차임을 증액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게 쉽게 가능하다고 하진 않았다. 다음으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경우 다시 계약서를 써야 할까? 계약서란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을 서면으로 기재하는 것이다. 의뢰인은 보증금이 늘어나면 계약서를 쓰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취지이고, 당연히 당사자 의사가 기재된 계약서는 작성하는 것이 좋다. 다만, 주택 임대차 계약 갱신에 관해서는 제도 도입 초기이다 보니, 거래 관행이나 계약서 양식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보증금을 인상해 새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 갱신 계약이 아닌 새로운 임대차 계약 체결로 볼 수 있다. 불명확한 계약서는 쓰지 않는 편이 낫다. 반드시 계약을 갱신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기재해야 함을 잊지 말길 바란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전국적 관심을 끈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개장 10주년을 맞았다. 전주 남부시장에서 시작된 전통시장 청년몰은 청년 상인 육성 모델로 부각돼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퍼졌다. 정부에서 전통시장 방문객을 늘리고 청년 사업가를 육성하겠다는 목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통시장 내에 청년 창업공간을 마련하는 청년몰 조성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했다. 이에 따라 전국 전통시장에 청년몰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청년몰 창업은 초기 사업비용을 줄이고 정부 지원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도약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금 청년몰은 기대와 달리 큰 위기를 맞았다. 전통시장에서 반짝 관심을 모은 청년몰이 어느때부터인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청년몰 폐업을 가속화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사실 청년몰의 위기 요인은 적지 않았다. 우선 청년몰 조성에만 초점을 맞춘 지원체계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업장 조성 이후 추가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막 사업에 뛰어든 청년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또 전통시장의 주차난과 사업장 입지 문제, 수요파악 실패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쇠락의 길을 걷던 전통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일자리 창출 역할까지 해냈던 청년몰의 몰락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전주가 전통시장 청년 창업 붐을 일으킨 곳인 만큼 이 지역에서 청년몰 재도약의 길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마침 개장 10주년을 맞은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이 지난 26일 청년몰 2.0 새로운 도약, 다시 10년을 기획하다를 주제로 청년몰 포럼을 열었다. 위기에 놓인 전통시장 청년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청년 사업가들의 이같은 노력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소상공인진흥공단 등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도 머리를 맞대고 시대에 맞는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청년몰 지원 정책에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청년몰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는 청년 사업가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업종 다변화와 시장 상황에 맞춘 판로지원 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외지 대형건설사들이 전북지역 주택시장뿐 아니라 공공건설마저 독차지 하고 있단다. 수도권 대형 건설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전북 건설업체들이 그나마 힘이 되는 공공건설 사업마저 외면을 받는다면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지역경제 발전과 직접 연결되는 지역 건설업체의 위기는 곧 전북경제의 위기다. 지역 건설업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전북 건설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지역 건설경기의 호조 속에 불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실제 건설협회 전북도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북지역 건설공사 발주 누계 금액은 전년 8672억 원에서 1조1276억 원으로 30%(2604억)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북 지역 업체들의 수주 누계 액은 전년도 6827억 원에서 6650억 원으로 오히려 2.6% 감소했다. 반면 지난해 626억 원이던 외지업체들의 수주금액은 2797억 원으로 3.4배나 증가했다. 지역 건설시장 규모가 크게 늘었음에도 전북 건설업체들의 수주가 준 데는 새만금사업 관련 공사에 배려를 받지 못한 이유가 크다. 실제 농어촌공사가 발주한 1530억 원 규모의 새만금 농생명용지 3공구 조성공사에 전북 지역업체의 참여비율이 10%에 불과했다. 지난해 농어촌공사가 발주한 290억 원 규모의 바이오 작물 시범생산단지 공사에서도 지역업체의 참여가 전무했다. 새만금사업은 전북 건설업체들이 누릴 수 있는 특수며 황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북 업체들은 늘 찬밥 신세였다. 근래 사례뿐 아니라 새만금 관련 첫 발주공사로 상징성이 컸던 6400억원 규모의 새만금 방조제 건설공사에서도 모두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주했고, 새만금 개발청이 발주했던 새만금 동서2축 공사도 1, 2공구에 지역업체의 참가비율은 각각 15%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지역 내 사업에서 지역 건설업체들이 이렇게 홀대받는 사례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공공건설 부문에서 지역업체를 배려할 때 지역 건설업계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지역 건설업체가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열풍이 거세다. 늘 보던 풍경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 대중의 취향은 무엇을 향하는가. 나의 시선은 주로 가면(假面)에 머물렀다. 의미를 알고 싶었다. 오징어 게임은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게임의 공정한 진행과 비밀 유지를 위해 썼다.라고 말한다. 지옥에서는 가면 쓴 사람들을 VIP라 칭한다. 우리가 아는 가면은 두 종류가 있다. 보이는 가면과 보이지 않는 가면. 다시 말해 얼굴에 쓰는 가면과 마음에 쓰는 가면. <데몰리션>이란 영화가 있다. 마음에 쓰는 가면 벗는 과정을 조명하는 영화다. Demolition은 파괴, 해체라는 뜻이다. 가면(假面. Persona)은 집단이 개인에게 준 역할, 의무, 약속 그 밖의 여러 행동양식을 뜻한다. 내가 나로서 있는 게 아니라 남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나를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벗어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데이비스란 젊은이가 있다. 장인 회사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는 촉망 받는 사람이다.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장례식 다음 날 정상 출근한다. 장인과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서 생뚱맞은 말로 분위기를 망치는가 하면 장모가 차려주는 밥을 맛있다.라고 말한다. 아내가 절명하던 날 병원에서 초콜릿을 사려다 자판기 고장으로 25센트를 날린 것에 분노한다. 자판기 회사에 장문의 항의 편지를 쓴다. 내용은 항의 반, 신변잡기 반이다. 왜 이럴까 이 사람. 영화의 설명은 이렇다. 친밀한 사람 하나 없이 감정을 억압하며 살았고, 내면의 충동에 따라 매사를 결정했다. 핸드폰 음성사서함을 비우지 않아 아내가 메시지를 남길 수 없는 상태였고, 집 냉장고는 고장 난 채 방치되었다. 회의 시간에 란 곡이 슬프냐고 물어 주변을 뜨악하게 만들고, 무엇인가에 과몰입하여 눈앞 대상도 인식하지 못한다. 05:30에 일어나 운동하고 기차로 출근하여 열심히 일하는 모범 샐러리맨인데? 마치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 같다.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무덤덤하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원숭이들이 털 손질〔Grooming〕하는 영상을 보며 싫다고 독백하다가, 결혼 초기에 장인에게 구박받던 기억을 끌어낸다. 원숭이 취급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이리라.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친구 중 가장 빨리 달리고 싶었던 심정을 밝히며 군중 속을 배회한다. 치유 과정은 은유로 표현한다. 〔〕안은 주관적 해석임을 양해 바란다. 고장 난 냉장고와 컴퓨터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해체한다〔비정상〕. 회사 화장실 고장 난 문을 분해하고〔감정 배설〕, 처갓집 전등을 해체〔장인과의 관계〕한다. 길을 가다가 철거하는 집을 보자 돈을 내고 부순다〔타인과의 불편한 관계〕. 급기야 사방이 유리로 된 자기 집을 사정없이 파괴한다〔꽉 막혔던 가정생활〕. 세상에, 자기 내면에 갇힌 사람. 돌파를 이렇게 형상화했다. 무엇인가를 고치고 싶으면 모든 것을 뜯어내야 해. 장인이 그렇게 말한 적 있다. 데이비스를 공감해 주는 사람은 자판기 회사 직원 카렌과 그녀의 아들이다. 항의 편지에 응답하며 인연을 맺었다. 아내가 잠든 곳에 다녀오다가 운전석 밑에 떨어진 메모지를 발견한다. 아내가 쓴 것이다. 바쁜 척 그만하고 나 좀 고쳐줘요.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장인과도 화해한다. 드라마 속 얼굴에 쓴 가면이 궁금하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최인규 고창군의회 의장 정부주도의 산업화 정책 속에 도시는 과밀화 되고, 농촌은 인구절벽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지방인구감소가 시작된 지 오래다. 감소하다 못해 이제는 소멸위기 지역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글프게도 내 고장 고창도 예외는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고, 들판에는 어르신들만이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빠듯한 우리 재정을 민생경제 회복, 농촌경제 활성화에 주력해야할 때인 것이다. 그간 필자는, 각 읍면 균형발전을 위한 필수 시설은 기존처럼 14개 읍면에 두 돼, 그 외 부수적인 시설 등은 고창군을 동서남북부권과 중심권, 5개 권역으로 나누어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정활동 기간 동안 변함없이 주장해왔다. 그간 무분별하고 산발적으로 추진해왔던 사업 간 연계와 과감한 통합을 통해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창군에는 각 읍면별로 체육관이 하나씩 들어서 있다. 그러나, 상당한 예산을 들여 유지하고 있는 각 체육관의 연평균 이용일수는 1년 365일 중 40일도 채 되지 않는다. 면 단위의 불 꺼진 체육관을 볼 때마다, 20여 년 전 본인이 제안했던 대로 서너 개의 인접 면을 하나로 묶어, 하나씩만 체육관을 지었다면 지금과 같은 예산낭비는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원거리 이동이 자유로운 요즘 체육관이 굳이 집 가까이 위치할 필요는 없으므로. 다른 공공체육시설도 예외는 아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요즘, 노인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파크골프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많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확고하다. 체육관 건립 사례를 교훈삼아, 민원에 이끌려 각 읍면에 하나씩 파크골프장을 짓는 일이 없도록 파크골프장만큼은 권역별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공음면 파크골프장 건립에 대해 고창군의회에서 재논의 하고자 했던 이유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고창군의 인구연령성별 등이 전체적으로 고려된 중장기적 종합개발계획을 세워 꼭 필요한 곳에 체육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예산 낭비를 막고자 함이었다. 각자의 지역이 자기만의 개성과 경쟁력을 지니고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고창도 이에 발맞춰 변화해 나가야 한다. 권역별 사업추진을 통해 절감된 예산을 지역특화사업 육성에 투자한다면 고창군은 소멸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아도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권역별 시설물을 기꺼이 나눠 쓰는 미덕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최인규 고창군의회 의장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요즘 A 과장은 중고거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눈에 보이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고 이제는 제법 다양한 물건을 거래한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중고거래 시장이 큰 폭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는 관련 보고서에서 국내 중고시장의 거래규모가 2008년 4조 원에서 2019년 20조 원으로 약 다섯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였다. 특히 모바일 앱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4명 가운데 1명이 중고거래 앱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중고거래 확대 배경으로는 우선 MZ세대의 대두를 꼽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는 소비에 있어서도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실용적 소비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제대로 기능한다면 중고 제품이라도 개의치 않고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MZ세대를 중고거래 시장의 주요 참여자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 리서치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응답자의 약 83%가 최근 1년간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정보통신기술 수준이 높아진 점도 최근 중고거래 시장의 급격한 확대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최근 기술발전 등으로 모바일 앱을 이용한 중고거래의 편의성이 개선되고 거래비용은 낮아졌다. 사고 팔 수 있는 중고물품만 있다면 누구나 가까운 거래자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앱 안에 내장된 거래자 평가 시스템을 활용하여 믿을만한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여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고거래 확대는 나에게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어 가치 있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적인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한다. 특히 디지털 거래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효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나 값비싼 제품을 중고시장을 통해 공유하면서 낮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을 얻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2021년 소비 관련 주요 키워드로 N차 신상이라는 용어를 제시한 바 있다. 여러 차례 손바뀜(N차)이 일어난 제품이라도 제대로 기능한다면 나에게는 신상품과 같다는 의미이다. 중고거래가 우리 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사회 후생에 주는 영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 통계인 국내총생산(GDP) 측면에서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새롭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통계인데, 중고물품은 그 해 신규로 생산된 재화가 아니어서 그 거래가 GDP 측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 활동을 어떻게 적절히 경제 통계에 반영할 것인지는 통계 편제 기관의 오랜 고민이기도 하다. 최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중고시장 확대가 다양한 소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그러한 혜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보화 능력이 삶의 필수요건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모바일 접근성이 낮은 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지역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 이러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노인분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한경수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역사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하여 왜곡됨이 없어야 한다. 2021년 11월28일은 오늘의 새만금사업『새만금간척종합개발』기공식을 한 날이다. 한반도에 새 역사를 쓰는 새만금사업은 30년을 맞이했지만 과연 최초에 누구의 제안과 사업시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과연 옳은가하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 이를 밝혀 주려하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만금 뿌리』라는 책자에서 1986년 1월 서해안 간척사업 장기개발사업 수립, 1986년 3월-12월 새만금지구 계획구상 및 답사실시, 1987년 10월17일 새만금지구 타당성 조사내용 대통령 보고 등으로 되어있으며 결국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91년 11월 28일 역사적인 기공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작고),농림부장관과 정부 관련인사, 전북에서는 최용복 도지사, 김철규 전북도 의회 의장 등이 참석한 자리로 천지개벽을 이루는 현장이었다. 필자는 전북일보 기자 재직당시인 1978년 우리나라 언론기관에서는 최초로 국토확장과 식량안보라는 차원에서 전북의서해안에 대단위 간척사업을 하자는 정책기사를 쓴 본인이다. 처음에는 편집국동료들로 하여금 황당무계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고군산군도 야미도 섬이 고향으로 금강과 만경강사이의 옥구 앞(비행장) 바다가 간조인 썰물에는 광활한 모래바탕이 보이거나 수로조차 수심이 낮아 어선(풍선)도 다닐 수 없는 일을 보아왔다. 이러한 일을 필자로서는 이 넓은 모래바탕을 육지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이 새겨져있어 기사를 쓰게 된 것이다. 대단위간척사업 기사에 관심을 가져온 황인성 도지사는 1985년 농림장관으로 발탁되어 감에 따라 정부차원의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다양한 계획 수립 등 진행을 하지만 추진이 제대로 안되고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따라서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으로 떠올라 있어도 진척이 없음에 대해 부안 이희천 국회의원(작고)과 김원기 국회의원(정읍.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이 협의 끝에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작고)과 민주당 김대중 총재(15대 대통령 작고)와의 영수회담 일정이 나옴에 따라 당 차원에서 새만금사업에 대해 담판을 내기로 입장정리를 했다. 김 총재는 영수회담에서 새만금사업 시행확답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노 대통령은 1991년 2월6일 전북을 찾아 관계 장관에게 새만금사업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사업시행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필자는 전북일보 현직에 있을 당시 농어촌공사 사장으로부터 경계해역 현지답사요청을 받고 두 번이나 답사를 했다. 그것이 오늘의 비응도에서 야미, 신시, 가력도, 부안 대항리까지 34.9km 제방이다. 또한 추진과정에서 전북도 새만금담당관실에 황점동 담당관과 함께 연안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필자는 1990년 12월 전북의 미래에 대한 대 토론회에서 새만금에는 국제공항, 국제항, 최첨단 과학단지, 고군산을 중심한 국제 벨트형 관광단지조성 등 4대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새만금사업 이전에 옥구 앞 바다 등에 간척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오늘의 새만금사업시행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주장들이 있으나 시발점에 대한 새만금사업은 최초의 전북일보 기사 작성자인 김철규와 황인성 도지사, 김원기, 이희천 국회의원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기원의 역사는 사실이 생명력을 갖는다.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삽화 = 정윤성 기자 그간 각종 선거를 할 때마다 이성적 판단 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아 투표해왔다. 대선은 말할 것 없고 지방선거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서면서 여야 후보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교언영색의 공약들을 마구 쏟아 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 공약이 많다. 이번 대선은 참으로 묘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졌다. 여의도 정치를 해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 여야유력후보로 뽑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당내 경선을 거쳐 확정되었지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와 국민들의 실망이 크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권자가 3.5%밖에 안된 전북은 그나마 여야 후보들의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민주당은 집토끼라고 여겨서인지 아직껏 이재명 후보가 언제 매타버스를 타고 온다는 일정이 없다. 지난 주말 이 후보가 4박 5일 동안 광주 전남 곳곳을 누비며 읍소전략을 편 걸 바라다보는 전북도민들의 심정은 쓸쓸하고 공허해 보였다. 선거전략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까 전북 방문이 밀린 것 아니겠느냐며 시간이 오면 올 것 아니겠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전북이 호남이란 카테고리에 묶여 있지만 전북민심은 광주 전남과 다르게 움직인다. 민주당 경선 때 이재명을 1등으로 뽑아준 것만도 봐도 그렇다. 전북 사람들은 광주 전남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유순하다. 충청도 사람들과 흡사한 편이다. 자기 속내를 감춰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자기주관이 확실하고 뚜렷하지 않아 대세에 곧장 휩쓸린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 게 부족하다. 여론주도층 가운데 목에 방울 달 사람도 드물다. 이런 성향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하나의 현상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자기 주관없이 분위기에 휘갈린다. 그간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을 보면 전북도민들의 성징이 잘 녹아 있다. 혁신적인 똑똑한 대표가 거의 없었다. 임기나 적당히 채우면서 입신양명을 노린 사람이 많았다. 인적네트워크가 약하고 전문성이 결여돼 우물 안 방안퉁수 같았다. 왜 이렇게 뒷심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 한답시고 나분댔는지 알만하다. 표 찍어준 유권자의 잘못이 많다. 대표를 보면 주민들의 민도를 알 수 있다. 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허리를 굽히며 표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선거 때만 잠깐 굽신거릴뿐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고개가 뻣뻣해진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면 선거를 잘해야 한다. 연고주의 선거를 하면 주인인 유권자가 노예가 될 수 있다. 대선 주자가 오든 안 오든 상관없이 정책과 공약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전체유권자의 3.5%인 전북이 대선판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세상에는 달이 두 개가 있다. 당연하게도 우리는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 살고 있고, 1Q84의 세계는 환상의 세계다. 이 환상의 세계에서는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달이 하나뿐인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 말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무엇이든 휙휙 바뀌어버리는 사회의 흐름을 느끼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달이 두 개인 세계로 흘러들어왔나 싶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닌 것처럼 낯설기만 하고, 평범한 학생인 필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하는 사회가 그렇다. 남자와 여자가 편을 갈라서 싸우고, 서로 다른 인종이 대립하는 등 총과 칼이 없을 뿐이지 이 사회가 온통 소리 없는 전쟁통 속인 것 같다. 특히 내게 가장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다. pc는 꽤 오래 전부터 범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치, 문화, 예술 등 pc의 손길이 뻗지 않은 곳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최근 pc 행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 디즈니를 꼽을 수 있겠다. pc의 열풍으로 할리우드가 각종 주연에 흑인을 캐스팅하고 있다는 것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딱히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고, 다양한 인종이 스크린에 모습을 비추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디즈니 pc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최근 디즈니의 실사 영화 주연 캐스팅에 대한 문제다. 영화 알라딘의 흥행으로 본격적으로 실사 영화에 뛰어든 디즈니는 백설공주, 인어공주, 피터팬 등 자신들의 수많은 만화를 실사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만화들의 주연 캐스팅을 발표했는데, 백설공주 역에 배우 레이첼 지글러, 인어공주 역에 배우 할리 베일리, 팅커벨 역에 배우 야라 샤히디가 캐스팅됐다. 원작을 보면 알겠지만 상술한 만화 속 인물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배우들을 살펴보면 흑인라틴계 배우로 원작과 다르다. 디즈니의 이런 결정에 호의적인 사람들은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디즈니가 인종 다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회 인식 개선에 힘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pc적 요소로 인해 원작을 파괴하고 나아가 훼손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디즈니의 행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이러한 지나친 원작 파괴 캐스팅은 역 화이트워싱, 즉 블랙워싱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기득권층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야 할 동화를 통해 pc를 강요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차별을 지양하자는 pc가 되려 역차별을 낳고 있다. pc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성, 인종, 성적 지향 등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은 지구 공동체 시대를 아우르는 중요 과제다. 그러나 작금의 pc는 지나친 강요와 주입으로 인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또한 얼마 전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여자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 아닌 경찰의 본분을 저버린 한 명의 경찰에게 분노한 것이다. 이처럼 pc에 눈이 멀어 사회적 혼란을 낳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pc는 목적일 뿐 수단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무고하게 피를 흘린다면 우리는 그 사회를 정녕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모두가 틀림과 다름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면 우리가 바라던 사회는 바투 다가올 것이다. /김정환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김해강 시비가 파헤쳐져 산골로 던져졌다 28년 동안 덕진공원에서 살았던 시비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 정수리에서 태양을 섬기던 삼족오는 쇠망치를 맞고 사라진지 오래고 깊게 새겨진 「금강의 달」도 어둠이 되었다 금간 시비는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운구에 실려 곡비도 없이 낯선 길을 갔다 기림을 받던 시인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가 역사의 입을 벌려 무엇을 듣는가 저만치 상투 틀고 감발한 동학장군이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너무도 많이 불러 남의 이름이 된 내 이름이 누구인가 부르고 있다 --------------------------------------------- △시비 때문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졌던 시비 옆에 어느 날인가는 단죄비도 세워졌다. 시비 곁을 일부러 에돌아서 지나다니는 동안 속담에 업어다 난장 맞힌다는 말이 딱 덜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해강 시인의 시비는 시빗거리 없는 산골 마을에서 소쩍새 울음소리에 삭아갈 것이다. 힘없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은 언제든 시비조로 조롱받을 일에 쌔고 쌔게 휘말릴 것이다. 거친 역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후배들을 보는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김제김영 시인
전주시내 곳곳에서 보행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차량과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손상이 심하거나 미관을 해치는 보행로가 아님에도 보도 교체공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예산낭비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 본보 취재 결과 전주종합경기장 사거리 부근 보행로는 포클레인과 콘크리트 더미로 가로막혀 있고, 보행로 옆 3차로는 중장비 이동 편의를 위해 라바콘(안전 고깔)으로 차단돼 보행자와 차량 운전자들이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인근 교보빌딩 사거리에서는 횡단보도 진입로가 깊이 파여 있어 보행자들이 도로를 건너는데 불편을 겪고 있다. 인후동 백제대로 보행로 공사 현장에서도 공사 장비와 폐기물들이 널브러져 통행을 방해하고 있단다. 도로 및 보도 공사를 하게 되면 통행에 불편을 줄 수밖에 없지만 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비판을 하는 것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곳 대부분이 가장 붐비는 출퇴근시간까지 하루 종일 공사를 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 보도공사를 중지하고, 왕래가 많은 혼잡구간은 야간공사를 시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 차량출입시설이나 차량진입금지시설 등을 설치할 때 보행자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는 구조로 설치하고, 보행자 통로 확보와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게 기본일 텐데 이 또한 무시되는 상황이다. 오로지 공사만 빨리 끝내면 된다는 안이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보도 공사를 할 때는 미리 공사구간과 시행시기, 정비방법 등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해서 이해를 구해야 함에도 그런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현재 전주시내에서 진행되는 보행로 공사도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 아닌지 의심을 하는 시민들이 많다. 연례행사처럼 연말이면 예산 몰아쓰기로 보는 것이다. 전주시는 도로에 나무를 심어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인데, 이 사업을 진행하려면 보행로 일부를 걷어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심 녹지공원화 사업인 바람 쐬는 길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행로까지 공사한다는 것을 아는 시민이 얼마나 될 것인가. 사업을 미리 홍보해서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통행 불편을 최소화 하려는 시민 중심 행정이 아쉽다.
전북도민의 오랜 숙원인 새만금개발사업이 28일 착공 3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3번은 변했을 오랜 세월, 새만금사업은 나열하기도 힘든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리고 논란은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돼 순항할 것 같았던 새만금국제공항이 건설 반대 주장에 발목을 잡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새만금사업은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으로 되풀이됐다. 역대 정부의 새만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말잔치로 끝났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새만금 공약은 전북도가 대선을 앞두고 발굴제시한 현안을 지역 민심 끌어안기에 나선 각 후보 진영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어서 사실상 정권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이 전북 공약으로 다시 새만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만금사업은 지난 1987년 12월, 제13대 대선을 눈앞에 두고 당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전주 유세에서 선거용 카드로 꺼내들면서 수면위에 떠올랐고, 1991년 11월 28일 방조제 착공식과 함께 대역사에 돌입했다.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의 약속과는 달리 새만금사업은 항상 예산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해마다 국가예산은 전북도의 요구보다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됐고 문턱이 닳게 매달려야 선심쓰듯 조금씩 늘려줘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장밋빛 청사진만 요란하게 발표됐을 뿐 방조제 완공 이후 제대로 된 결실은 찾기 어려웠다. 바다를 막아 드넓은 땅이 조성됐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잡초만 무성하게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새만금사업이 이렇듯 큰 성과 없이 이어지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전북공약으로 새만금사업 대신 다른 대표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새만금은 그린에너지와 글로벌 신산업의 허브등으로 시대 조류에 맞춰 지향점을 조정하면서 여전히 전북도민에게 끝내지 못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내년 대선과 함께 들어설 새 정부가 얼마나 진정성과 의지를 보이느냐가 새만금사업의 방향과 속도를 좌우할 것이다. 부디 다음 정부에서는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해 전북공약으로 새만금사업이 포함되는 것은 이번 대선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서서보다 서익이다. 서울에서 서울 시내 이동하는 것보다 서울에서 익산에 오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KTX 타고 1시간 남짓이면 올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익산은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수도권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울에서 출퇴근도 가능하다. 현재의 익산역은 호남선, 호남고속선, 전라선, 장항선의 4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의 허브이다. 장래 서해선이 완전히 개통되고 전주-김천선이 건설된다면 2030년 익산역 여객 수요는 현재의 3배인 연간 200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익산에서 철도를 이용해서 오고 갈 수 없는 곳이 없게 될 것이다. 철도역에는 기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버스와 택시가 복합환승센터를 통해 쉽게 갈아 탈 수 있게 된다. 생뚱맞지만 이러한 복합환승 철도역에 항공이 더해지면 어떨까? 공항 하면 3㎞에 달하는 긴 활주로와 소음을 생각하게 된다. Urban Air Mobility, UAM이란 도심 항공 서비스는 이제는 긴 활주로가 필요 없다. 수직이착륙이고 전기나 수소엔진을 동력으로 해서 소음과 환경오염도 거의 없다. 건물로 된 터미널이면 족하다. UAM은 우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2025년부터 상용화될 것이다. 머지않아 서울과 지역 간에, 지역과 지역 간 운항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 간 운항을 담당하는 허브가 필요하다. UAM이 항공의 한 분야이니 당연히 공항과 공항만 운항하면 된다는 것은 난센스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수요가 있는 KTX 역 등 교통의 중심지가 최상의 입지이다. 익산역에 공항을 만들자.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 특히 일할 거리가 있다면 그리하면서도 전국 어디서나 편하게 빠르게 오고 갈 수 있다면 뭔들 못하랴. 담대한 프로젝트 1탄을 우리 모두 꿈꿔보자. 청년 IT 벤처 밸리를 익산역 앞에 만들어 보길 제안해 본다. 익산역 바로 앞에는 과거의 명성을 속으로 삼키고 있는 중앙동을 위시한 소위 구도심이 있다. 여기에 청년IT벤쳐벨리를 조성해보자. 1시간이면 오갈 수 있고, 도심 항공 서비스가 도입되면 30분이면 올 수 있다. IT벨리는 수도권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익산이 가진 지리적 강점과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인터넷, 게임 등 IT 관련 유망기업을 유치하고 창업이 활발해진다면 구도심을 다시 살리는 동시에 창업과 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 취업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뭐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청년인구를 유입할 수 있고 지방소멸 시대의 극복 대안으로도 유용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혁신적인 육성전략과 제도적 지원, 중앙정부 차원의 응원이 보태져야 한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성공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입지이다. 출퇴근 시간이 적게 걸려야 인재가 모여들 수 있다. 서서보다 서익이니 맞다. 두 번째로 판교의 성공비결은 공장용지를 강남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익산역 앞 구도심은 더욱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판교와 다른 것도 시도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한다. 스타트업 회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육성한다면 장래 제2의 삼성전자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지역 자체로도 대학 등을 통해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판교테크노밸리를 넘어 익산 청년 IT 밸리! 꿈을 꾸지 않으면 아예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꿈을 꾸면 뭣이라도 이룰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꿈을 꿀 때이다.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
유대성(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싸드락 싸드락 하릴없이 나선 걸음이었다. 한옥마을에 모처럼 활기가 돋아 가게에서도 하루종일 손이 모자랐지만 한숨 돌리지 않고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가 손을 끌어준 것도 아니요, 오라 부른 것도 아니니 걸음이 내키는대로 휘적이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꽤 멀리 빙빙 돌 듯 발길을 이어갔다. 잠깐 고개를 돌려 한눈 팔 듯 걷다보니 눈 앞에 낯선 조형물이 우뚝 솟아있었다. 순간 낱낱의 기억들이 커다랗게 덩치를 키웠다. 어머니가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날은 무언가 특별한 날이었다. 한복을 입고 길을 나서는 어머니의 손에는 늘 구슬백이 들려있었다. 팥알 크기의 작은 단추 같은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 손가방은 한복 차림과 어딘지 이질적이면서도 무척 어울렸다. 마디가 불거진 어머니의 손도 구슬백을 들었을 때만큼은 곱디 고와 보였다. 잡는 모양대로 일그러지는 그 구슬백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던 날이 있었다. 장롱을 열고 선반 안쪽 깊이 놓인 구슬백에 겨우 손이 닿았을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던가. 가방 하나 손에 쥐었을 뿐인데 멋쟁이 구두까지 챙겨 신어야할 것 같아 방문으로 향하다가 멈칫했다. 어머니가 꽤나 아끼던 물건 같았으니 몰래 만지다 들키면 야단을 들을 터였다. 대신 언제라도 다시 제자리에 던져놓을 수 있도록 장롱 앞에 서서 슬그머니 입구를 열었다. 구슬 안쪽으로 손에 만져지는 무언가가 있는데 무엇일까. 안에 들어있던 것은 여러 개의 봉투였다. 봉투마다 지폐가 몇 장씩 들어있었는데 그제야 가끔씩 어머니가 누군가의 손에 봉투를 쥐어주던 것이 생각났다. 그 중엔 우리 담임선생님도 있었다. 그리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올케 언니의 손에도 구슬백 안에서 나온 봉투가 쥐어졌다. 참 오랜만에 어머니의 구슬백이 나들이를 나왔다. 멀지도 않은 거리지만 어머니는 딸이 시집 간 전주로 좀처럼 걸음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작은오빠를 불러 여기까지 오셨다. 머문 시간이 한나절이 되지 않으니 그야말로 딸내미 얼굴 보겠다고 오셨다는 말씀이 맞는 듯했다. 바리바리 챙겨오신 꾸러미를 받아들고는 드릴 게 없어, 얇은 봉투 하나를 챙겼다. 손을 내젓는 어머니의 구슬백을 얼른 당겼다. 느낌이 달랐다. 예전에 구슬 너머 느껴지던 봉투의 흔적이 없었다. 뒤돌아 얼른 봉투를 집어넣으며 가방 안을 슬쩍 보니, 참으로 가난하게도 사탕 몇 개가 전부였다. 어쩌면 어머니가 손에 들고 있는 저 손수건 정도나 여기서 나왔을 터였다. 기껏 빈 것이나 별 차이 없는 얇디 얇은 봉투 하나 넣어드린 게 오빠 차가 떠난 후에도 못내 마음에 남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디론가 사라진 구슬백이 한옥마을 그 거리에 있었다. 저 가방 안에 지금은 무엇이 있으려나. 문득 구슬백 들고 한복 치맛자락 날리며 걷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그리워졌다. /유대성(전주왱이콩나물국밥전문점 대표)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부 대책이 본격화된다. 정부가 지난달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39%인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데 이어 특별법 제정과 재원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 89곳의 인구감소지역에 전북지역은 10개 시군이 포함됐다. 도내 14개 시군의 71.4%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정부 지원 방향에 부합하는 자치단체 차원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제4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지역소멸 선제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소멸위기지역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내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은 일률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인구감소지역이 주도적으로 수립한 투자계획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진다. 정부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2~3조 원 규모의 기존 국가보조사업도 인구감소지역에 가점을 부여하고 공모 기준을 완화해 우대 지원한다. 2개 이상 지자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특별지자체 설치도 유도한다. 자치단체 스스로의 노력과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인구감소지역인 충북 괴산군이 최근 LH와 함께 시작한 미니 복합타운 조성사업은 눈길을 끈다. 2024년까지 괴산군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1816가구 3377명을 수용하는 주거단지를 만들고, 주거단지 옆에 복합문화공간 형태의 군립도서관과 수영장헬스장 등을 갖춘 국민체육센터, 국공립 어린이집과 수변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 도시기능 집적화로 농촌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역 지원 대책이 지역소멸을 막는 근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정부도 인구감소지역 지자체가 스스로 인구감소 원인을 진단하고 지역 주도의 상향식 인구활력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 특색에 맞는 획기적인 인구감소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다. 소멸위험 최다 지역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된 도내 시군과 전북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방의원의 구태는 여전하다. 주민이 직접 뽑은 선출직이라는 우월감에 사로잡혀 아직도 공무원들에게 고압적이고 군림하려는 듯한 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원이라 해서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몇몇 비뚤어진 의원 때문에 지방의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최근 갑질 논란이 불거진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의 행태도 현재의 지방의원 인식 수준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갑질 피해 당사자인 의회사무처 고위관계자와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대목이 있지만 정황상 막말과 폭언이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갑질 진정 건이 국가인권위원회로 회부됨에 따라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진위를 알 수 있겠지만 전북도민의 대의기관 수장이 갑질 논란에 휩싸인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은 데다 도의회 위상마저 스스로 실추시킨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의회 부활 이후 지방의원들의 갑질 횡포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엔 익산시의회 조규대 의원이 공동 주택 지원사업 선정 결과에 대한 불만을 품고 관련 공무원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욕설을 마구 해댔다. 역시 익산시의회 조남석 의원도 지난 5월 행정사무 감사에서 국회의원은 개라고 욕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시민의 대표니까라고 지역구 위원장의 갑질 행태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공직사회의 큰 반발을 자초했다. 하지만 익산시의회는 지난 24일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막말 갑질 횡포를 부린 조규대조남석 의원에 대한 징계 건을 본인들의 공개 사과로 결정했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다. 선출직인 지방의원들이 공무원에게는 상전이자 갑이라는 인식이 먼저 개선되지 않는 한 막말 갑질 폭언사례는 사라지기 어렵다. 주민을 대표해서 심의 의결 감사권 등을 부여한 의회 권한을 자신의 지위로 착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행태다. 따라서 지방의원 스스로 지역민의 일꾼으로서, 공공의 봉사자로서 본본을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더 강력한 갑질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분을 망각한 행태에 대해선 의원직 제명 등 엄중한 징계 조처를 하고 주민소환제 도입 요건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삽화 = 정윤성 기자 그의 회고록이 나온 것은 2017년 4월이다. 반란수괴죄,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뇌물죄등 12개 항목의 혐의로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정치적 사면으로 다시 법정 자격을 찾은 사람의 자서전. 회고록을 펴낸 출판사 대표는 그의 아들이었다. 말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때론 솔직하게, 때론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다며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되는 최초의 회고록 격동의 대한민국을 담아낸 당대의 역사서 등의 수사적 표현을 앞세운 <전두환 회고록>. 그러나 이 책은 1권부터 거짓과 왜곡의 편찬이었다. 518 사태(518 광주민주화운동)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저자의 기억은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먼 조작과 왜곡의 파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이 책으로 명예를 훼손당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그냥 둘리 없었다. 출판 배포 가처분 청구에 법원은 <회고록 1권>에 대한 출판 배포를 금지하고 피해자들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두환 회고록>이 왜곡된 서술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동안 그와 관련된 또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 역사학자들과 출판기획자가 의기투합해 펴낸 <전두환 타서전>이다. 타서전은 다른 사람이 서술한 전기다.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고 통탄한 기획자들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낸다고 했다. <타서전>은 <회고록>에 대응하는 책이었다. 타서전은 제 맘대로 회고해 제 입맛에 맞게 서술한 회고록과는 전혀 달랐다. <타서전>은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하는 <기사 본말체>의 형식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동양권에서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체재 중 하나인 <기사 본말체>는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 평가받는 형식이다. 타서전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를 자료로 그 전말과 진실을 알렸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은 타서전은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을 충실하게 살린 책이었다. 타서전의 주인공이 사망했다. 그의 나이 90세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총격에 맞아 스러져갔다. 그들 대부분은 꽃다운 청춘이었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엊그제 518 민주항쟁의 학살 주범 전두환이 세상을 등졌다. 전두환은 죽어가면서도 학살 수괴로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518은 권력욕에 사로잡힌 일부 군부세력이 민주주의를 외친 무고한 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에 저항한 시민민주항쟁이다. 벌써 40여 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518은 진행형이다. 학살 주범 처단과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최초의 발포 명령자. 헬기 기총 사격 지휘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1212 사태와 517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 세력은 518을 피로써 진압하고 집권하며 현대사를 왜곡과 질곡의 늪으로 빠뜨렸다. 87년 6월 시민대항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와 체육관 선거는 끝장냈지만 직선제 개헌과 더불어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른 학살 주범의 한 명으로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인 노태우를 당선시켰다. 야권의 분열, 특히 양김의 분열이 노태우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지만 518은 적의 침략에 맞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대가 거꾸로 자국 시민을 학살한 초유의 사건이다. 한국사회는 이후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지난한 투쟁의 길로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애국 인사들이 유명을 달리하며 산화했다. 전두환 집권 7년 동안 518학살 주범 처단과 진상규명, 민주주의를 외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향한 전진은 518 정신을 자양분으로 해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은 518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보다 518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와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듯 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518 광주 기념식에 참가하고 망월 묘역을 참배하는 것으로 마치 518 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포장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518은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열사와 투사들, 지금도 음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모든 시민 공동의 자산이다. 518은 79년 1212 사태와 80년 517 군사쿠데타에 이르는 시기에 전국적으로 진행된 항쟁과 517 이후 시민들에 대한 피의 진압 과정과 투쟁, 518 진상규명과 학살자 처단, 군사독재의 퇴진을 위해 노력했던 양심적인 이들의 전국적인 투쟁을 포괄한다. 광주만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518 정신의 계승과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518의 주역들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 팬더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모 아니면 도의 싸움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소통, 대화와 타협, 자율과 책임. 다수결의 원리와 함께 소수의견의 존중 등 공존의 개념이다.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인 고질병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한다. 지방 소멸을 막고 수도권과 지역이 공존하기 위해 지역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 양원제도 한 방법이다. 부의 양극화, 부와 권력과 명예의 독점도 극복해야 한다. 권력 독점의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의 개정을 통해 권력분담의 내각제와 다당제를 고민해야 한다. 87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데에 일조했지만 시대 변화와 시민 의식의 성숙,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 등을 담지 못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 사회권과 노동권. 환경권을 보장해야 하고 특히 인간의 존엄과 개인권 등을 보장해야 진정으로 민주주의가 진전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대선과 지방 선거를 앞둔 현재의 시점에서 학살자 전두환의 죽음을 보며 518 민주시민항쟁의 계승의 길과 민주주의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민주당 압승, 전북 대전환 계기 만들어야
농어촌 살리는 기본소득 추가 선정, ‘준비된 지역’이 되어야
실버들 아래로 - 김영춘
‘수기(修己)’의 서화로 본말이 바로 서는 시대 구현
유튜버 사회문제, 벗어나는 길
막 오른 민주당 전대
선거사범 수사·재판, 신속하고 엄정하게
장항선-백연숙
길거리 ‘공공 쓰레기통’ 확대 설치 필요하다
전북은행장, 지역이해도 높은 내부 발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