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대표 도시숲 '완산칠봉'…빌딩숲 속 지친 몸·마음 달래주는 자연 숲
도심 속에 함께 자리 잡고 있지만 빽빽한 빌딩숲과는 정반대인 곳. '도시숲'은 우리에게 수많은 혜택을 준다. 한 여름에는 평균 기온을 3~7℃ 낮춰주고, 평균 습도는 9~23% 높여줘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시켜 준다. 또한 무너진 도시의 생태계를 회복시켜 생물들의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멀리 찾아갈 필요 없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등산도 즐기고 새소리를 들으며, 삼림욕도 즐길 수가 있다. 이처럼 도시민 휴식처가 되는 전주를 대표하는 도시숲 완산칠봉을 소개할까 한다. 완산칠봉 곳곳에 숨어있는 매력을 찾아보자.△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도시민의 쉼터, 완산칠봉완산공원이라 부르기도 하나 우리에겐 완산칠봉으로 더 익숙한 이곳은 전주 남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봉우리들로 이뤄진 아기자기한 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주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부담 없이 가장 많이 오르는 산이다. 완산칠봉은 전나무, 삼나무, 측백나무 등으로 숲이 우거져 도심 속에서도 진한 피톤치드향을 맡게 해준다. 완산칠봉은 완산(完山)은 전주의 옛 지명을, 전주천 서남부에 7개의 봉우리가 연달아 있다고 해서 칠봉이라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사실 완산칠봉에는 일곱 개 봉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은 홑산이 아닌 겹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주봉인 장군봉(163m)을 중심으로 남쪽으로 뻗어있는 두 갈래의 산줄기를 내칠봉, 서쪽 방향의 꽃밭정이로 흐르는 산줄기를 외칠봉이라고 해 모두 13봉우리가 있다. △ 완산칠봉만의 색다른 재미, 봉우리 푯말 찾기평소 등산을 하면서 힘들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아마 계속되는 오르막길로 인한 지루함,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정상 때문이다. 흔히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정상이 얼마나 남았나요?"라고 물어보면 "다 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 금방 나와요"라는 답변에 희망을 갖게 되지만, 한참을 가도 나오지 않는 정상 때문에 실망하는 일이 여기에선 벌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봉우리 푯말과 색다른 풍광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장군봉에 도착하게 된다. 장군봉에 오르는 길은 여러 곳이 있다. 1봉부터 7봉까지 차례로 오르고 싶다면 평화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웨딩홀과 교회 사이에 있는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나머지 봉들과 다른 방향에 있어 빼놓고 가기 쉬운 1봉(도화봉)부터 2봉(매화봉), 3봉(금사봉)을 지나 조금만 오르면 만날 수 있는 4봉(모란봉)과 5봉(선인봉), 7봉 중에 그나마 오르기가 가장 힘든 6봉(검무봉)을 지나면 드디어 마지막 7봉(장군봉)에 도착하게 된다. 장군봉 정상에는 팔각정이 있는데, 이곳에선 전주 시가지와 건지산, 모악산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숨어있는 완산칠봉의 매력완산칠봉에 오르다 보면 봉우리마다 가볍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이 설치 돼 있다. 특히 완산칠봉 아래에 위치한 전주 완산체육공원에는 배드민턴동호회가 직접 코트장을 만들어 인근 시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삼나무에 둘러싸여 온 가족이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볼 때면 이곳이 바로 낙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완산칠봉 생태습지원은 '완산칠봉을 사랑하는 우리의 모임'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곳을 시민들의 성금으로 매입해 조성한 곳이다. 이곳에는 수련, 물억새, 왕버들, 조팝나무 등과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맹꽁이 그리고 원앙, 백로,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할 정도로 생태계가 완벽하게 복원돼 있다. 실제로 연못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올챙이들이 보였는데, 도심에서 사라져가는 습지를 복원함으로써 생태계를 살리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학습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따.옥녀봉을 지나 효자동 쪽으로 내려가면 정혜사가 나온다. 1898년에 세워진 정혜사는 비구니 승려들이 있는 사찰이다. 너무나 고요하고 깔끔한 분위기에 저절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심스러워진다. 마치 갑자기 다른 세상으로 공간 이동을 한 듯 했다.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완산칠봉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이 이곳에 진을 치고 관군을 공격해 입성하는 성과를 거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후에 관군이 다시 이곳에 진을 치고 농민군을 공격해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곳에는 농민군의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동학농민전주입성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금은 고요하기만한 이곳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선조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주 완산동 시립도서관 옆 투구봉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꽃동산이 있다. 처음에는 인근에 거주하던 개인이 40여 년 동안 철쭉, 벚나무, 백일홍, 단풍나무 등을 심고 가꾸던 곳이었는데, 2009년 시가 이곳을 매입하여 추가로 꽃나무 등을 심고 도심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자와 파고라 등을 설치해 판석 및 잔디식재 등으로 아름다운 산책길을 조성했다. 2010년부터 개방해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 명소가 되었다. ※ 윤정실 씨는 전북도에서 근무하고 있는 웹디자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