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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봄나들이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 되고 / 나는 죽어 나비되어 / 나는 네 꽃송이 물고 / 너는 내 수염 물고 / 춘풍이 선듯 불거든 / 너울너울 춤을 추며 놀아 보자. 춘향전에 나오는 한 대목을 떠올려 보며 옛 선인들의 봄풍류를 생각해 본다.

 

나라가 온통 총선열기로 밑도 끝도 없이 시끄럽고, 거기다가 대중 매체들은 그 요란함을 더하게 하여 우리는 계절 감각조차 잊고 있다. 찬바람 어느듯 멀리가고 봄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있는데 우리는 삶의 잔잔한 결을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얼마있지 아니하면 개나리, 진달레가 피고 민들레, 오랑캐꽃,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등이 우리의 주름살 속에 가득 들어있는 세속의 근심을 털어내 줄 것이다.

 

꽃사이로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유년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생의 덧없음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또한 꽃과 나비를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조금 멀리 가고 싶은 사람은 산행을 하기도 한다. 평탄한 언덕에선 사색을 하며 걷고, 가파른 언덕은 고행하듯 걸어보면 그 나름대로 다 묘미가 있다.

 

깊은 슬픔이 있을 때라도 언덕길을 산책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는 수가 있다. 심산계곡을 소요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자연은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준다. 높은 산은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면서 두 세계를 반씩 영위하고 있다.

 

그 위대한 모습은 사소한 인간의 번민 따위는 한 입김으로 불어 내던지는 느낌이 있다. 깊은 산골에는 숭고한 정적도 있다. 갖가지의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무엇이 물결치고 있다. 거기에 자연은 순화되어 어떤 초자연적인 엄숙한 모습에 이르고 있다.

 

자연속의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혼탁하고 지저분한 선거판의 인간들이 아니다. 뭔가를 잊고 사는 우리들이 어쩐지 밉다. 이 새봄에 산으로 언덕으로 가벼운 봄나들이 하면서 산다는 의미를 마음속에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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