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승씨 납치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이 훨씬 넘었다.그러나 경찰수사는 사건의 윤곽조차 그려내지 못한채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벌써부터 장기 미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수사팀 주변에서는 최근 “그동안 밝힌 것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뿐”이라는 자괴감 섞인 탄식마저 터져나오고 있어 수사의 난맥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나머지 공범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지만 심지어 범인이 몇명인지 조차도 분명치 않다. 실체를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고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수사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들이 돌출되면서 의혹에 대한 증폭은 가라앉질 않는다.
이번 사건이 단순 납치사건을 넘어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것은 물론 이씨가 지역의 유력한 재력가라는 점이다. 특히 전주시장 출마의사를 강력히 밝힌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조직폭력배가 납치용의자로 나타나고,범인들의 음독자살,자작극 설,수사비 등이 불거지면서 납치경위 등에 대한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
‘악몽같은 시간이었다’‘자작극을 벌일 이유가 없다’등의 이씨 말이 설령 사실이더라도 그 자체가 사건 해결의 단서로 연결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 가관인 것은 이번 사건으로 납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있고, 두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수사를 서둘러 일단락지으려는 경찰측 태도가 아리송할 따름이다.
어디 그뿐인가. 경찰은 이러한 각종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설만 가지고 수사할 수 없다’는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피랍인측은 ‘경찰이 몇차례 결정적인 범인검거의 기회를 놓쳤다’며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경찰은 ‘경찰은 모든 것을 수사결과로 말하겠다’며 수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납치수사가 별다른 진척이 없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다.
그동안 납치범으로 쫓아왔던 용의자가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맥풀리는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답답해지고 불안한 마음 가눌 길 없다.
이런 경찰을 믿어야 하는 시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이번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사건은 있지만 실체가 없다. 경찰 수사력의 한계인가, 아니면 의지의 미약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발생후 여성및 시민단체들이 “경찰의 내부 유착관계나 부패고리를 제대로 밝혀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던진 연장선에서 이 사건이 비쳐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시민들은 주범 조씨의 자살로 이번 사건의 모든 의혹과 진실을 이씨가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황을 헤아려 하루 빨리 석연치 않은 부분을 가려주는게 바람직하다.
만일 이번 사태가 미궁에 빠지거나 미제사건으로 남을 경우 수사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제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경찰이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당사자측의 반발과 시민들의 의혹이 풀리지 않는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돼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망된다. 수사부실이나 허술한 일처리로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범죄에 대한 응징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이 아깝다는 얘기가 나오기 전에 관계당국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 최동성 (본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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