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봄비가 다녀 간 자리엔 백목련이 더욱 곱다. 한평생 공도를 위해 공변된 삶을 누리다 입적한 그 어른의 자취 그 모습처럼….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인연 따라서 몸을 받고 천지의 기운을 받아 생명을 유지한다.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한평생을 살다 세상과 인연이 다하면 빌려 쓰던 몸은 네 가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가고 마음은 생전의 지은 바에 따라 다시 태어나 고통의 굴레에서 살게 된다. 그러니 생명이 붙어 있는 한 괴로움의 바다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인간이요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다.
옛날 어느 고을 욕심이 많은 만석궁의 집에 머슴이 들어 와 살게 된다. 주인이 심부름을 시키면 한 번도 제대로 해오는 일이 없다. 그래서 주인은 이웃집이나 장날 심부름을 시킬 때에는 걱정이 앞선다. 하루는 주인의 궁리 끝에 머슴을 불러 "네 이름을 멍텅구리라고 지었으니 심부름을 갈 때면 이 멍텅구리 방망이를 반드시 차고 가야하느니라. 알겠느냐?" 비록 바보라고는 하지만 좋은 이름 두고 하필 멍텅구리라고 지어주다니 이럴 수가 있을까, 그렇다고 불평이나 불만을 터뜨리면 항명이니 어찌할 도리 없이 상전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주인은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멍텅구리방망이'라 쓴 방망이 끝에 어디에 살며 심부름 내역까지 상세히 적어 허리춤에 매달아주곤 했다. 어느 날 주인은 머슴을 불러 앉히고 유언을 당부한다.
"내가 너에게 오늘날까지 잘 해준 것도 없지만 이제 가야할 때가 되었나보다. 그러니 너는 종전처럼 안방마님 모시고 집안일을 알뜰히 잘 보살펴 드리거라"
"으디로 가시는디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구나", "가시면 은지 오시는디유?", "그것도 모르겠구나", "을매나 지시는 디유?", "이 놈아,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데 머물 날을 어찌 알겠느냐?", "참, 쥔 만님두 답답하시구먼유, 이 놈의 방맹이는 내가 찰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쥔 만님 당신이나 차시구료"했다고 한다.
한자에는 욕(慾)자와 욕(欲)자가 있다. 이 두 글자는 똑같은 발음이지만 그 뜻은 사뭇 다르다. 마음 심(心)자 부수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인다. 욕(慾)자는 '욕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후자의 욕(欲)자는 '하고자 함'을 뜻한다. 하루아침에 변심하여 사람을 헤치고 살해하는 경우는 지나친 명예욕이나 물욕 때문이다. 그러니 욕(慾)은 지나친 욕심 때문에 패가망신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를 멍들게 한다. 그러나 욕(欲)은 '하고자함'이다. 자신을 닦아서 우리 모두를 빛내주는 요인이 된다. 은반의 여왕 '김연아' 선수나 미식축구왕 '하인스 워드'선수나 월드스타 가수 '비'와 같은 경우다. 그뿐이겠는가 지체가 부자유한 몸인데도 세계적인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양 같은 경우는 전 세계 장애우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동시에 민인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지 않은가. 어리석은 생각과 망령된 욕심이 범벅이 되어 우리사회를 괴로움의 바다로 만들어가고 자신과 세상을 활활 타게 하느냐 아니면 나보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문명한 세상을 만들고 인류의 빛이 되게하느냐 하는 욕구의 방향은 모두 이 마음을 어떻게 선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인들은 많은 돈, 높은 권력과 지위, 명예 같은 것들에 목매어 살아가고 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자존심과 자존감을 높여 주며 그것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목표가 될 행복, 자아성취, 건강, 웃음, 사랑들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하루하루는 참으로 소중한 가치가 있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 갈 것인가. 하루에 한 번 쯤이라도 칠흑 같은 어두운 방에서 1분만이라도 명상에 잠겨보아라. 마음의 눈으로 가슴의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라고.
진정한 삶과 행복이란 감정과 일이 기쁨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지혜,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혜의 열쇠는 각자의 마음속에 달려있음을 알자.
*수필가 오정민씨는 월간수필문학(수필)과 한국문예사조(시)로 등단. 수필집 <다북찬 임의 향기> 와 시집 <붙박이별이 되어> 가 있다. 현 원광효도마을 자원봉사학교장. 붙박이별이> 다북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