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1:27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2014 희망전북 10대 어젠다] 갑오년 미완의 혁명, 세상을 깨우다 ① 프롤로그

"자유·평등·나눔·배려정신, 세계화 나서라"

▲ 지난해 4월 동학농민혁명 제119주년 무장기포기념제가 고창군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농민군의 무장읍성 진격을 재연해 무장기포지인 공음면 구수마을에서 무장읍성까지 8.3㎞에 걸친 걷기행사가 진행됐다.

전북에서 일어나 전국에 떨친, 한국 역사상 가장 큰 농민항쟁이었던 동학농민혁명. 조선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려던 농민들의 ‘거사’가 올해로 2주갑(120년)을 맞았다. 한 때 ‘동학란’으로까지 폄하됐던 당시 ‘거사’는 100주년을 전후해 역사학계·시민사회단체·천도교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재조명됐고, 이를 바탕으로 혁명 발생 110년만인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당시 사건을 기념하는 시설물들이 전국 곳곳에 설치됐으며, 전북을 넘어 지역별 기념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가 당시 혁명을 바르게 기억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기념사업과 기념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정작 동학농민군들이 열망했던 사회와 진정성 있게 맥이 닿고 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기념일 제정을 두고 지역간 첨예하게 맞서 혁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고, 혁명의 역사적 흔적들이 대부분 지워졌으며, 유적지 또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게 오늘의 모습이다.

 

20년 전‘동학농민혁명 100년 - 혁명의 들불, 그 황톳길의 역사 찾기’에 나섰던 전북일보가 올 2주갑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동학농민혁명이 갖는 역사적 위상에 걸맞은 ‘위상 찾기’를 중심에 둘 계획이다. 큰 틀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올바르게 기려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세계사로 외연을 확대하는 길을 전문가들과 함께 찾는 작업이 될 것이다.

 

△연구성과

 

동학농민혁명의 120년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수난사였다. 정치적 상황과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면서다. 일본인 식민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청나라의 사주에 의해 농민군들이 일어났다거나, 대원군이 동학의 힘을 이용하여 정권을 탈취하려 했다고 권력투쟁 측면으로 왜곡하기도 했다. ‘동학란’‘동학농민전쟁’‘갑오농민전쟁’‘갑오농민혁명’‘동학혁명’‘동학농민운동’ 등의 다양한 명칭이 당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정리했는지 보여준다. 100주년을 계기로 ‘동학농민혁명’이라는 보편적 이름을 얻었고, 특별법과 공문서 등에도 공식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지금도 각기 다른 명칭을 쓰고 있다. ‘1894년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연구자의 몫이기에 탓할 문제가 아니지만, 통일된 명칭을 갖지 못하는 사실 자체가 연구적 측면에서도 여전히 미완의 역사임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100주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동학농민혁명 관련 연구는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냈다. 학술대회·학위 논문·연구지 발표·단행본 등으로 많은 연구 성과물이 쌓였다. 특별법이 제정된 후 174권의 단행본이 발행됐고, 관련 논문이 700여편에 이른다. 중국과 일본, 북한, 영어권에서의 연구 동향, 중국 태평천국농민전쟁·독일 농민전쟁·미국·영국의 농민운동과 비교하는 연구들도 나왔다. 100주년 전까지 전봉준·김개남·손화중·손병희 등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역할에 연구의 중심이 두어졌다면, 태안·장흥 홍주·상주·예천 등 전국 각지에서 농민군 활동의 구체적 사례들이 밝혀진 것도 성과였다.

 

불모지 상태의 동학농민혁명 연구에 일찍이 뛰어들어 ‘이 시대 마지막 동학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읍의 향토사학자 고 최현식 선생의 일대기가 쓰여‘연구자의 연구’까지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연구들은 과거 연구의 정리 쪽에 머물렀다. 실제 동학농민혁명을 본격적으로 다룬 박사학위 논문도 최근 10년간 없었으며, 새로운 문제제기로 주목을 받은 연구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100주년을 전후해 당겨졌던 연구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탓이다. 연구자들의 관심을 되돌리는 게 2주갑의 과제이기도 하다.

 

△기념사업, 기념시설

100주년 이후 동학농민혁명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 차원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진 점이다. ‘동학농민혁명참여자등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이 제정되면서다. 또 관련 재단이 설립돼 기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도 구축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이를 바탕으로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사업들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북을 중심으로 몇몇 지역에 한정됐던 관련 민간단체들이 크게 늘어 현재 27개에 이른다.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를 비롯 정읍·고창·김제·남원·완주 등 전북에 9개의 민간단체가 활동 중이며, 장흥·함평·무안·보은·충북·금산·우금타·예산·태안·서석·상주·예천·고성 등지에 민간단체가 있다. 전국 조직으로 전국동학농민유족회가 결성됐으며, 천도교에서 운영하는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천안 전씨 종중들이 중심이 된 전봉준장군기념사업회도 있다.

 

관련 시설도 크게 늘었다. 동학농민혁명 관련 전국에 조성된 기념시설물은 70여곳. 조선정부와 유림 등 혁명의 반대쪽에서 건립한 시설물들을 포함해서다. 100주년 이후 기념시설물은 장성 황룡촌 기념탑·대둔산 최후항전기념비·고창 전봉준장군 생가·완주 동학농민혁명 역사광장·고창 무장기포 역사공원·보은 역사공원·무장창의 포고비·정읍 무명 동학농민군 위령탑·보은취회 기념비·남원 교룡산성 은적암비·손화중장군 추모비·삼례봉기기념비·상주동학농민군상 등 20여개다.

 

기념공원 등 좀 더 규모 있는 사업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활발해졌다. 홍천과 옥천·보은·장성 등에 기념공원이 세워졌으며, 전주·남원·장흥 석대들전적지·광주· 충남 예산·태안·무안 등지에서도 기념공원 혹은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념사업과 기념시설 확충은 여전히 미흡하다. 기념사업 대부분이 행사성 위주로 흘러 혁명이 갖는 의미를 주민과 함께 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한 사회문화운동으로 확산시키는 게 과제다. 또 시설물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유적지 보전 등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유적지 발굴과 방치된 유적지 보전이 필요하며, 중요 유적지에 대한 문화재 등록 등에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과제

 

연구자들은 동학농민혁명이 120년전에 갇힌 역사가 아닌, 21세기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읽는다. 동학농민군들이 추구하고 실천했던 자유와 평등, 나눔과 배려 정신은 한국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갖고 있다. 반외세를 부르짖던 농민군들의 함성은 세계자유무역 질서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 되는 한국농업의 암울한 현실과도 닿아 있다. 농민군들의 꿈꾸었던 세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상인 셈이다.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사무처장은 “한국 현대사의 여러 모순 중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모순으로는 민족분단에 따른 분단의 모순인 데, 그동안 전국에서 추진된 기념사업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민족통일과 관련된 기념사업이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전라도 지방사로 왜곡·축소되어온 동학농민혁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기념사업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부장은 “동학농민혁명을 한국의 보편적 가치 뿐아니라 세계사적으로 정신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태령천국농민전쟁이나 남미의 농민운동에 대한 비교 연구 등의 연구작업과 국민들의 혁명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는 작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김정엽·최명국·권혁일 , 문병학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 사무처장,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