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승사업회, 서적 발간부터 시민강좌까지 / 유적보존회,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팔 걷어 / 황토현전적지 부지에 기념공원 조성 속도
올해 동학농민혁명 2주갑을 맞아 혁명의 중심지로 꼽히고 있는 정읍지역에서는 여러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기념문화제를 시작했으며, 관련 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역사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여지도 가장 많은 곳이 정읍이다.
실제 정읍에 기반을 둔 단체들을 중심으로 혁명 성지에 걸맞은 위상정립과 지역민들의 자긍심 고취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와 동학농민혁명유적보존회, 정읍시 동학농민혁명 선양팀의 그동안 활동을 통해 정읍에서 동학농민혁명이 어떻게 기려지고 있으며,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
정읍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이사장 이갑상·이하 사업회)는 1968년 갑오동학혁명 기념문화제를 시작으로 47년째 혁명의 역사적 의의와 정신을 기리고 있다.
기념문화제는 2008년 황토현 동학축제로 명칭이 바뀐 뒤 다시 2012년부터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제로 이름 지어 내려오고 있다.
올해 행사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의 슬픔을 함께하는 의미에서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지양한 채 기념식과 위패봉안례, 전시 등 공식행사 위주로만 진행됐다.
기념식에서는 전국유족회,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 회원, 천도교 관계자를 비롯한 시민 등 참석한 가운데 ‘제4회 동학농민혁명대상’ 시상식이 함께 열렸다.
대상은 평생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발굴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던 고(故) 표영삼 선도사에게 수여됐다.
사업회는 앞으로 시민단체로서의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지역사회 현안사업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이 단체는 다음달 말 제16기 전봉준 역사캠프를, 오는 10월에는 1박 2일 일정으로 제32차 문화유산답사에 나설 계획이다. 11월에는 역사의 길 걷기가 예정돼 있다.
혁명사를 정리한 서적 발간과 혁명 정신 알리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재 정읍지역 근·현대 민족운동사 발간을 준비 중이며, 무형문화재 및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갑상 사업회 이사장은 “황토현동학농민혁명 기념제의 내실화를 꾀하는 한편 혁명 정신과 의의를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강좌 개설, 유적지 답사 등 문화교육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유적보존회
1996년 설립된 후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동학농민혁명 유적보존회(이사장 김동길 ·이하 보존회)는 황토현동학농민혁명 기념제, 고부봉기 재현 등 각종 동학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발길을 놓았다.
보존회는 혁명을 기리는 사업 뿐만 아니라 혁명의 발자취와 유적 등을 정리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특히 농민군의 최초 집결지로 꼽히는 정읍 말목장터의 역사적 의의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조선시대 정읍지역의 큰 시장터인 말목장터는 1894년 1월 일어난 고부농민봉기 당시 농민군들이 주둔해 있던 곳이다. 이 일대는 2001년 전북기념물(제110호)로 지정됐으며, ‘말목정’등 기념물이 건립돼 있다.
이 밖에도 보존회는 혁명을 논할 때 그 주체가 되는 농민군의 역할에 대한 조명이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혁명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농민’들의 투쟁 방법과 정신을 기리는데 힘썼다.
또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제정을 위해 관련 기관과의 연대에도 주력했다.
보존회는 앞으로 바뀌는 국정교과서에서 고창 무장지역을 혁명의 시작으로 다루려는 것에 대해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는 입장이다.
김동길 보존회 이사장은 “혁명의 숨은 주인공인 무명 농민군의 역할에 대해 조명하는 한편 잘못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읍시청 동학선양팀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2주갑을 맞아 거둔 가장 큰 성과로 황토현전적지 부지에 추진되는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을 꼽았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국비 388억원과 부지 95억원 등 모두 480억원을 들여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승지 33만5826㎡ 부지에 기념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기념공원에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숭고한 넋을 추모하고 정신계승을 위한 희생자 공동묘역과 위령탑 등 추모시설, 연구소와 연수동 등 연구시설, 동학농민혁명을 체험하고 교육할 수 있는 교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이 사업이 완료되면 정읍지역이 동학농민혁명의 메카(Mecca)로 우뚝 서게 됨은 물론 전국화와 세계화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주변 유적지 및 관광지와 연계돼 지역 관광산업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공원이 들어서게 될 황토현전적지는 1894년 4월 7일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치룬 최초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전승지이며, 1963년 10월 3일 공식적으로 ‘혁명’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기념시설물인 ‘갑오동학혁명기념탑’이 건립돼 있다.
1981년 12월 10일 국가문화재 사적 제295호로 지정됐고, 1987년 이후에는 전봉준 동상과 사당인 구민사 등을 비롯하여 기념시설이 조성됐다.
또 2004년에는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이 맞은 편에 들어섰고 2010년부터 특수법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상주하고 있다.
시는 기념공원 조성과 함께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이 된 고부봉기를 상징하는 ‘동학농민혁명 최초 봉기탑’도 세울 계획이다.
시는 “1892∼1893년 진행된 교조신원운동과 1893년 11월 결의된 ‘사발통문 거사계획’을 거쳐 결행된 1984년 1월 고부관아 점령은 이후 무장기포와 백산대회를 통해 더욱 조직화됐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혁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역성 탈피, 전국·세계화 과제
이갑상 동학농민혁명 계승사업회 이사장은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할 때 정읍시와 민간단체 사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는 과거처럼 민간단체 위에 군림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동등한 입장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역사적 의의를 기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학농민혁명 2주갑을 맞아 정읍이라는 지역성을 탈피하고 전국화,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념사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를 위한 관련 기반 조성을 위해 무형문화재·혁명 관련 기념물 유네스코 등재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역사학계 역시 정읍지역의 단체간 선명성 경쟁과 관 주도의 기념사업에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지역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역사적 해석이나 기념사업은 전국화·세계화로 향해가는 동학농민혁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정읍을 놓아야 정읍이 더욱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역사학자들의 말을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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