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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실고추

최상섭
최상섭

우리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맛있는 음식은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자랑거리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는 결국 올바른 인간형성에 있다. 전통 가정에서 교육목표는 입신행도(立身行道, 훌륭한 사람이 되어 바른 길을 행함)라고 보았으며, 현대 가정에서의 교육목표는 자아실현(自我實現, 자기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충실하게 발전시켜 완벽하게 이루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 가정교육 중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의 음식요리 전통을 으뜸으로 여겼다. 특별히 전주음식이 유명한 것도 이런 가정교육의 전통이 빚어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음식을 맛있게 잘 요리하는 것은 그 여성의 품격을 나타내는 지름길이다.

요즈음처럼 식도락을 즐기는 세상에 음식문화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국가에서도 기간산업으로 장려하여 김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올라 한국의 음식문화가 세계적임은 우리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돈만 벌면 된다는 중국산 김치며 일본산 기무치가 세계인의 밥상에 오르는 게 현실이다. 새삼 김치가 뛰어난 발효음식임을 말해서 무엇하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욕망 중에서 다섯 가지의 욕망을 오욕(五慾)이라 한다. 그 오욕(五慾)이라 함은 첫째가 식욕이요, 둘째는 성욕이며, 셋째가 물욕이다. 넷째는 수면욕이고, 다섯째는 명예욕이다. 그중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근원적 욕심이라 하여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욕망으로 여겼다. 사람은 반드시 먹어야 살고, 자손을 낳아야 후대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활한 아프리카에서 뛰어노는 동물들을 보면 하루 종일 하는 일이 먹이를 구하는 일과 종족을 번식시키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동물들과 달리 지식과 문화를 창출하여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 중에서 음식문화는 우리생활의 중요한 한 영역이 되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여성들은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꼭 실고추를 뿌려 두었다. 이는 시각적 효과를 노리기 위한 음식 조리과정의 마지막 수단이다. 실고추는 붉은 고추를 잘 드는 갈로 실처럼 가늘게 썬 것을 말한다. 조리된 음식 위에 참깨와 몇 가닥 실고추를 뿌리면 훨씬 조화롭고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요즈음 참깨와 검정깨를 혼합하여 뿌리는 모습과 같다. 그러나 지금은 요리에서 실고추가 사라진지 오래다. 인스턴트 문화가 범람하는 세태가 가져다 준 영향이 아닐까 싶다.

반찬의 직접적인 맛 보다는 품격과 멋을 내는 일종의 소품이었던 ‘빨간 실고추’는 어머니가 밥상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을 때까지는 존재했다. 도마 위에 놓인 빨간 태양초를 부엌칼로 정성스럽게 실만한 두께로 썰어서 찌개나 반찬 위에 살짝 뿌려놓아야 음식이든 요리든 완성품이 되었던 것이다.

실고추를 많이 뿌리는 것은 멋도 맛도 아니다. 음식의 중심 부분에 빨간 실고추 서너 줄 뿌리면 시각적 효과에서부터 식감을 불러 오기에 충분하다.

어머니가 도마 위에서 써는 실고추에서 우리 전통음식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시절 음식이 더 먹고 싶은 심정은 무엇 때문일까?

 

* 최상섭은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김제 출생으로 한국시와 에세이스트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등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까치는 징검다리에 수(繡)를 놓고〉 등 7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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